인도는 의원내각제로 총리가 실질적으로 내각 구성 권한을 갖지만, 무르무 대통령의 당선은 부족민 출신으론 처음으로 헌법상 국가원수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인도 대통령 선거는 연방 상·하원과 각 주의회 의원 4896명의 간선 투표로 진행된다. 인도에서 부족민은 약 700개로 1억400만명에 달하지만, 카스트 등 인도 전통사회 계급 질서에 포함되지 않은 변방 집단으로 불가촉천민 취급을 받는다.
“인도의 새 역사 썼다”
무르무 당선인은 인도 부족민 중에서도 규모가 크고 1850년대 영국 통치에 항거했던 오랜 역사를 가진 산탈(Santhals)족 출신이다. 인도 동부 오디샤주(州) 주도인 부바네스와르에서 자동차로 8시간을 달려야 갈 수 있는 마을 우파르베다에서 산탈 족장의 딸로 태어났다. 최근까지도 전기 없이 물을 손수 퍼 올려 쓰던 마을이다. 학교를 다니면서 밤에는 등유 불 아래서 공부해 마을 여학생 중에선 처음으로 대학을 졸업했다.
등유 불로 공부…마을 첫 대졸 여성
정계 진출 후 삶은 순탄치 않았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6년간 남편과 두 아들, 어머니와 남동생까지 잃었다. 이를 계기로 브라마쿠마리스 명상에 심취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특히 우리 부족에선 여자는 정치하면 안 된다는 시각이 강했다”며 “정치할 생각은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무르무의 대통령 당선은 2024년 총선을 앞두고 하급 계층의 지지를 얻기 위한 BJP의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도 하급 계층에선 야당과 지역 정치인에 대한 지지세가 강하다. BJP의 살칸 무르무 전 의원은 “산탈족 등 인도 부족민들은 인도 사회에서 그들만의 언어와 문화, 종교를 인정받기 위해 활동해왔다”며 “BJP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부족민들은 인도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성사된 거래”라고 말했다. 로이터는 “인도 대통령은 실권은 없지만, 집권당의 총선 승리가 불투명할 때와 같은 정치적 위기 상황에선 내각을 구성할 정당을 결정할 권한을 갖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