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감사에 이재명 사법리스크…"현실화땐 민주당 깨진다"

중앙일보

입력 2022.07.24 18:41

수정 2022.07.24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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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이 24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 민주의문 앞에서 참배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백현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로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앞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사법 리스크(위험)’가 부각되고 있다.
 
백현동 사건은 2015년 성남시가 자연·녹지보전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4단계 용도 상향해주고 임대주택을 일반분양주택으로 변경해주는 등 민간사업자 A사에 개발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다. 당시 성남시장이 이재명 의원이었다.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 때 이 사건을 ‘제2의 대장동’이라 부르며 후보였던 이 의원의 책임론을 파고들었다.
 

감사원 “부적절한 업무 처리로 백현동 개발 이익 놓쳐”

감사원이 22일 발표한 감사 결과의 핵심은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도개공)의 부적절한 업무 처리로 A사가 모든 개발 이익(2021년 기준 3142억원)을 가져갔다는 것이다. 백현동 개발 당시 성남시는 4단계 용도 상향 대가로 “공공성 강화를 위해 도개공이 사업에 참여한다”는 조건을 걸어놓고도 실제론 참여하지 않아 공공에 환수될 개발이익을 놓쳤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감사원은 애초 민간임대계획을 마뜩잖은 이유로 일반분양으로 바꿔 사업자에 256억∼641억원의 추가 수익을 줬다는 점 등도 지적했다. 이렇게 건설된 아파트는 높은 옹벽으로 ‘옹벽 아파트’라 불렸는데, 감사원은 이 초대형 옹벽도 위법하게 설치된 것이라고 감사 보고서에 적었다.


지난해 11월 2일 김진태 국민의힘 국민검증특별위원장과 김은혜 의원 등이 2일 경기도 성남시 백현동의 이른바 '옹벽 아파트'를 찾아 현장을 둘려보고 있다. 뉴스1

 

감사원 보고서에 ‘이재명 보고·결재’ 명시

감사원은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의원의 부적절한 업무 처리가 있었는지에 대해 보고서에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그러나 문제로 지적된 업무 처리 과정에 시장 보고와 결재가 있었다는 점을 적시했다. 예컨대 민간임대가 일반분양으로 변경되는 과정을 설명하며 “(성남시는) 지구단위계획이 입안되기도 전에 시장의 결재로 확정하는 등 부당 처리(했다)”라고 지적했다. 성남시가 자연·녹지보전을 4단계 용도 상향한 것도 시장에게 보고된 뒤 결정된 것이라고 명시했다.
 
감사 보고서엔 이 의원이 백현동 개발 사업에 관심을 보였다는 진술도 담겼다. 성남시 B과장은 2016년 초 성남시 월례보고 회의에서 “이재명 시장이 회의 주제도 아닌데 백현동 관련 업무를 어디서 담당하는지 물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이 시장이 “잘 추진되고 있죠”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B과장은 이를 듣고 ‘(도개공이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것과 관련해) 뭔가 얘기가 되지 않았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감사원은 이 의원의 최측근으로 불렸던 유동규 당시 도개공 기획본부장(수감 중)의 부당한 업무 지시도 지적했다. 2016년 7월, 유씨가 실무진에게 “그럼 우리 할 일 없네. 손 떼”라고 말해 도개공이 결국 백현동 개발 사업에 참여하지 않았고, 그 결과 공공에 환수될 이익을 놓쳤다는 것이다.
 

지난달 16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청에서 백현동 아파트 개발 사업 의혹 관련 압수수색을 마친 경찰이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공동취재

“사법리스크 현실화되면 민주당 깨질 것”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는 민주당 내 ‘반명’(반 이재명) 의원들의 ‘사법 리스크’ 공세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의 한 친문(친 문재인) 의원은 24일 중앙일보에 “이 의원이 대표로 선출되고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되면 당이 깨질 것”이라며 “경찰의 백현동 수사 결과물도 곧 나올 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백현동 사건을 맡은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달 16일 성남시청 시장실과 부시장실을 압수수색해 이 의원이 결제한 백현동 4단계 용도 상향 관련 서류 등을 확보했다. 이 의원은 성남 FC 후원금, 대장동 개발 특혜, 변호사비 대납, 배우자 김혜경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과 관련해서도 수사를 받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김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한 고발사건 수사는 다음 달 중순쯤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8·28 민주당 전당대회 직전에 수사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재선의원 모임 주최 민주당 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후보자 및 참석 의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사회자 정춘숙 의원, 후보자 박주민, 강병원, 강훈식, 박용진 의원. 공동취재

 

이재명 측 “1년에 24차례 공문, 실제로는 많은 압박”

이 때문에 사법 리스크는 8·28 민주당 전당대회까지 당권 주자들이 가장 첨예하게 맞붙는 지점이 될 전망이다. 이미 당권 주자들은 “사법 리스크가 없다고 얘기한다면 그건 말이 안 되는 소리”(설훈 의원),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하면 (이 의원이) 중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박주민 의원)이라며 공세 중이다. 컷 오프(예비경선) 이후 이어질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이 의원의 사법 처리 가능성을 집중 공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의원 측은 의혹 제기를 차단하고 있다. 감사원 발표 뒤 이재명 의원실은 입장문을 내고 “당시 박근혜 정부는 백현동 부지를 준주거용지로 용도를 변경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남시가 정부의 요청을 이행한 것을 특혜라고 한다면, 백현동 용도변경을 요구하고 이를 관철한 박근혜 정부는 특혜 강요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감사보고서에 “국토교통부의 요청 취지는 성남시의 협조를 구하는 것으로 특정 용도지역으로 변경을 요구한 건 아니었다”고 썼다. 4단계 용도 상향을 구체적으로 요구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국토부가) 1년에 24차례 공문을 보냈다. 열흘에 한 번 공문을 보낸 건데, 실제로는 얼마나 많은 압박이 있었겠냐. 위압적 행동으로 금품을 갈취한 깡패가 ‘돈 내놓으라는 말은 안 했다’고 하는 꼴”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