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이 주요 계열사들의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지난 2분기 역대급 실적 달성에도 하반기 경영 환경이 악화할 것이라고 보고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주요 대기업은 투자 계획 유보, 원가구조 진단 등을 통해 허리띠를 조이는 분위기다.
포스코홀딩스는 24일 전사 차원의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포스코그룹은 지난 21일 최정우 회장 주재로 사장단과 전 임원이 참석한 그룹경영회의를 열고, 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비하기 위한 대책을 세웠다. 앞으로 사장단과 전 임원이 참석하는 그룹경영회의를 매 분기 열고, 경영전략팀을 중심으로 ‘전사통합 위기대응팀’을 가동할 예정이다.
21일 그룹경영회의 열고 즉시 돌입
다만 수익성과 미래 시장이 불투명한 게 걸림돌이다. 철강 자회사인 포스코는 2분기 매출 19조3310억원, 영업이익 1조762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2.6%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14.4% 줄었다.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최근 내림세지만 경기 둔화에 따른 것이라 수익성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이날 회의에서 경영진은 철강·인프라·에너지·2차전지소재 등 주요 사업별 위험 요인과 대응 방안을 주로 논의했다. 포스코그룹은 현 글로벌 경제 상황을 ▶수요 산업 부진, 재고 자산 증가에 따른 글로벌 시장 축소 ▶원자재·에너지·금융·조달 비용 상승 ▶원자재·에너지 공급망 불안 등이 겹친 복합 위기로 진단했다.
2차전지소재 등 신사업엔 적극 투자
그룹 성장사업에는 적극적으로 투자해 이번 위기를 체질 개선 기회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그룹의 신성장 사업은 위기 상황 속에서도 중단 없이 추진 속도를 높여야 하며 위기일수록 방어적 자세에서 벗어나 오히려 그룹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고, 근본적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지난 5월 발표한 향후 5년간 53조원 투자 계획에 대해서는 “투자 규모는 변동이 없고, 우선순위를 조정해 탄력적으로 집행할 계획”고 말했다.
삼성·한화·현대중공업 등도 사장단 회의
그룹 총수들의 ‘위기’ 언급도 이어지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3일 대한상공회의소 제주 포럼에서 “경기는 침체 국면으로 흐를 것이고 내년에도 그럴 것”이라며 “투자 계획도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SK하이닉스 이사회에서 청주 신규 공장 증설을 보류한 것이 알려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14일 그룹 계열사 대표와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 회의에서 “경제 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매출과 영업이익 등의 단기 실적 개선에 안주한다면 더 큰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