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대통령이 1993년 초 취임 후 친구에게 한 푸념이다.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의 『대통령의 안방과 집무실』에 담긴 내용이다. 요즘 윤석열 대통령이 들으면 격하게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실제 클린턴은 취임 4개월 만에 지지율이 36%로 추락한다. 부정평가는 50%에 이른다. 그 무렵 클린턴의 판단력은 흐렸고, 참모들은 우왕좌왕했다. 주요 사안은 힐러리의 동의가 필요할 만큼 퍼스트레이디의 영향력도 막강했다. 그럼에도 지지율을 회복하는 데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클린턴은 의회에 공을 들여 '큰 정치적 승리'라 불리는 적자삭감 예산안을 통과시킨다. 또 경제 회복에 대한 강한 의지가 국민에게 전달되면서 그해 9월 이후 다시 50%대 이상으로 올라선다. 클린턴의 임기 초 지지율 폭락이 행여 윤 대통령에게 위안이 되지 않을까. 게다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지지율 회복이 가능하다는 선례는 고무적이지 않나.
그래도 급하니 변한다. "(지지율에) 유념치 않았다"(지난 4일)더니 19일에는 "원인을 알면 잘 해결했겠죠"라며 답답하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이어 국무회의에서 "스타 장관이 돼라"며 소통 강화를 지시했다. 이유를 알았으니 하나씩 풀어가겠다는 의지라고 여겨진다. 주변의 지적들을 하나씩 받아들이면 실마리가 보일 거다.
그중에서 지지율을 올리려면 무엇보다 우선시해야 할 게 있다. 기본으로 돌아가 야당과 대화하고 타협하는 거다. 윤 대통령은 여러 차례 의회 존중 의사를 밝혔다. 지난 5월 국회 연설에서 "처칠과 애틀리의 파트너십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했을 때 기대가 컸다(앙숙이었던 처칠과 애틀리는 2차대전에서 전시 위기 연립내각을 꾸려 대연정을 했다). 대선 직후 박병석 전 국회의장을 만나선 "의회주의를 늘 존중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아직 제대로 야당과 대화한 걸 본 적이 없다. 사실 여소야대에선 대통령이 일을 못한다. 여소야대에서 출발한 김대중(DJ)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부터 야당을 향해 "간절히 부탁드린다. 모든 것을 상의하겠다. 1년 만이라도 도와 달라"며 고개를 숙였다. "뭘 하고 싶어도 국회에서 뭘 해줘야 한다"는 걸 늘 염두에 뒀다. 왜 그랬겠나. DJ뿐인가. 김영삼·노무현 대통령에게도 타협은 늘 기본이었다. 윤 대통령도 그래야 한다. 정치가 타협이고 그게 협치다. 원하는 걸 얻으려면 상대가 원하는 걸 줘야 한다. 막스 베버의 논리대로 주장만 외치는 건 신념정치일 뿐이고, 타협을 통해 원하는 곳으로 가는 게 책임정치다.
사실 지금 여야를 보면 협치가 가능하겠느냐는 생각도 든다. 여권의 입장에선 야당의 거센 공세와 비난이 참기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고 야당 탓만 해선 안 된다. 무능한 거다. 국회 마비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국민을 위해 야당에 고개를 숙이는 대통령의 지지율이 어떻게 낮을 수 있을까.
야권의 원로인 유인태 전 의원이 최근 필자에게 "대통령이 역할을 해서 국회에서 줄 거 주고 받을 거 받으면 금방 지지율이 오를 텐데…"라고 한 말이 며칠 귓가에 맴돌았다. 도저히 안 될 것 같은데도 대통령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울림이 클 거다. 손을 내밀어도 야당이 외면한다면 그건 국민이 평가한다. 검찰총장은 행정을, 대통령은 정치를 하는 자리다. 정치는 대화와 타협이다.
클린턴 첫해 지지율 추락 후 만회
의회에 공들여 '정치적 승리' 이뤄
윤 대통령, 타협 통한 책임정치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