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글로벌 팬덤 시초는 우리” 2세대 아이돌 속속 컴백

중앙일보

입력 2022.07.2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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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위), 슈퍼주니어(아래) 등 ‘K팝 2세대 아이돌’들이 올해 대거 돌아온다. ‘걸그룹 전성기’로 불리던 2008~2010년 즈음 만들어진 팬덤이 이들이 나서게 된 근간이다. [사진 JTBC, 연합뉴스]

K팝 글로벌 팬덤의 시초가 됐던 2세대 아이돌이 대거 돌아왔다.  
 
소녀시대, 원더걸스, 카라, 빅뱅, 슈퍼주니어, 동방신기 등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활약했던 2세대 아이돌은 H.O.T., 젝스키스, god, S.E.S., 핑클 등 1세대 아이돌의 바통을 이어 K팝을 세계적으로 확산시키는 물꼬 역할을 했다.
 
그런 2세대 아이돌이 3세대(방탄소년단, 엑소, 트와이스, 블랙핑크)와 4세대(에스파, 아이브,엔하이픈) 아이돌 등 후배들이 주름잡고 있는 음악계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같이 예전 멤버 그대로 그룹으로 복귀하는가 하면, 원더걸스 출신 선예, 카라 출신 니콜 등 솔로로 활동을 재개하는 경우도 많다.
 
2005년 데뷔해 올해 데뷔 17년 차인 슈퍼주니어는 지난 12일 정규 11집 ‘더 로드’를 낸 뒤 ‘슈퍼쇼9’ 콘서트를 성황리에 끝냈고, 2007년 데뷔한 15년 차 소녀시대는 8월 중 정규 7집을 내고 8월 말 SM TOWN 콘서트 무대에 선다.


2007년 JYP에서 데뷔해 ‘텔미’ ‘쏘 핫’ ‘노바디’(2008)로 전국을 휩쓴 원더걸스 멤버들도 솔로로 돌아온다. 2013년 결혼 이후 연예계를 떠났다가 지난해 Mnet ‘엄마는 아이돌’로 대중 앞에 나타났던 원더걸스 리더 선예는 19일 오후 싱글 ‘글래스 하트’를 시작으로 26일 첫 솔로 앨범을 낸다. 9년 만의 활동 복귀다. 선미는 지난달 ‘열이올라요’를 발표했다.
 
그 밖에 카라(2007년 데뷔) 출신 니콜, 포미닛(2009년 데뷔) 출신 현아, 씨스타(2010년 데뷔) 출신 효린도 솔로로 컴백한다. 효린은 18일 미니 3집 ‘아이스’를 발매했고, 니콜은 27일 신곡을 발표하며 8년 만에 돌아올 예정이다. 그룹 해체 이후 뮤지컬·연기·예능 등으로 본업을 옮겨, 현역 K팝 가수로 남은 경우가 거의 없는 1세대 아이돌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이들이 긴 시간 팬덤을 유지하고 현역으로 복귀할 수 있는 건, ‘걸그룹 전성기’로 불렸던 2008년~2010년대 초반의 영향이 크다.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당시는 전 국민이 걸그룹 멤버 이름을 다 알던 때”라며 “2008년 소녀시대, 원더걸스, 2NE1를 기점으로 폭발한 걸그룹 전성기를 기억하는 팬덤이 3040이 되면서, 세대를 초월해 장악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슈퍼주니어.

소녀시대·슈퍼주니어 이후 다양해지고 커진 K팝 팬덤도 2세대 아이돌을 소환해낸 토양이 됐다. 기존의 ‘한류’를 벗어나 ‘K팝’이라는 단어를 전 세계에 퍼뜨린 것도, 국내에서 ‘10대 위주 음악’으로 알려졌던 K팝 팬층을 30대 이상 ‘삼촌팬’으로 확장시킨 것도 2세대 아이돌이다.
 
임진모 평론가는 “1세대 아이돌은 정점을 지난 뒤 시장에 안착하지 못했지만, 2세대부터 K팝 시장이 해외로 확산되면서 시장에 안정적으로 흡수됐다”고 설명했고, 김성수 평론가는 “당시 ‘88만원 세대’ 담론 등 사회가 불안정했던 시대에 K팝을 들으며 위안을 얻은 많은 청년 층이 2세대 아이돌의 팬이 됐고, 이들이 아직도 수요층으로 남아있으면서 2세대 아이돌 컴백의 토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일부 1세대 아이돌과 계약 관련 갈등을 빚었던 기획사들이 이후 계약 형태를 정비하고 개선한 것이 2세대 아이돌의 생명력을 연장시킨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성수 평론가는 “2세대 아이돌은 1세대 아이돌에 비해 계약 조건이 비교적 정돈됐고, 다양한 개별 활동을 인정해주면서 개인 팬덤도 두텁게 할 수 있었다”며 “팬덤과 아티스트 사이에 소속사가 개입을 줄이면서 팬덤의 애착을 더 높인 전략도 주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