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날 대우조선 찾은 두 장관 "파국 막자" "공권력 투입 검토"

중앙일보

입력 2022.07.19 18:15

수정 2022.07.19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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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파국을 원치 않는다. 오늘 최대한 여러분들이 박차를 가해 (교섭이나 농성을) 마무리하면 파국을 면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지금 상황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응방안을 두루 검토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제가 와서 현장 상황 어떤지 둘러보러 왔다.”(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9일 오후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을 방문해 농성중인 하청노동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송봉근 기자

19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현장을 방문 하고 있다. 뉴스1

 
노동부·행정안전부 장관 현장 찾아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거통고 하청지회)가 불법 파업에 나선 지 48일째인 19일 두 장관이 연이어 대우조선해양을 찾았다. 하지만 두 장관 발언의 온도 차는 뚜렷했다.  
 
노동부장관 "농성 풀면 평화적 타결 지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20분쯤 하청지회가 점거 농성 중인 1번 독(dock)을 먼저 찾았다. 그는 김형수 지회장과 원유운반선(VLCC) 선박 1㎥(0.3평) 크기의 철 구조물에 들어가 출입구를 용접해 막은 뒤 농성 중인 유최안(40) 부지회장 등을 만났다. 또 높이 15m 선박 난간에 올라 고공농성 중인 또 다른 노조원 6명과도 접촉했다. 이 장관은 이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며 “농성을 조속히 풀면 평화적으로 타결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장관은 한국노총 출신으로 오랜 기간 노동계에 몸담았다.
 
이에 대해 김형수 지회장은 “하청 노동자들 정말 절박하다. 오죽하면 이런 투쟁 하겠나. 섭섭한 것은 노동자가 왜 이런 투쟁하고 있는가 얘기도 해주면 고마웠을 텐데 계속 공권력 행사에 대한 것만 얘기하면 노동자들 궁지에 몰리면 어떤 선택 할지 모른다. 불쌍하지 않나”라고 항변했다.


김형수 지회장은 “공권력 행사 최대한 자제하겠다고 말씀해달라, 공권력 행사되면 동지들 위험한 상황이다. 제2의 쌍용차 사태라고 하는데 어떤지 잘 알지 않나”라고도 했다. 이에 이정식 장관은 “일단 농성을 풀면 평화적으로 타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유최안 대우조선 하청지회 부지부장이 19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1도크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뉴스1

행정안전부 장관 "공권력 투입 검토" 
이정식 장관이 30여분간 하청지회를 만난 뒤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도 1번 독(dock)을 찾았다. 두 사람은 오후 2시를 전후로 대우조선해양 농성장 상공을 경찰 헬기를 타고 둘러봤다.  
 
이상민 장관은 오후 2시 50분쯤 농성장에 들어서기 전 기자들과 질의 답변을 하는 자리에서도 여러 차례 “공권력 투입을 검토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상민 장관은 “공권력 투입도 검토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당연히 고려하고 있다. 다만 여러 가지 희생이나 예기치 않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장관은 “워낙 상황이 급박하기에 뭐라고 지금 당장 말할 수는 없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대화 타결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를 대비해) 또 다른 방법 있는지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형수 지회장과 대화를 나눴다.    
 
김형수 지회장은 “저희도 살려고 조선소에서 일해보려고 하는 건데 공권력 이야기 나오고 이러면 동지들이 불안하다. 그런 시그널 언론에 주는 것 자제해 주고 산업은행 책임 있게 (나서게 해달라)노동자희망갖고 자기 삶 조선소에 걸 수 있는 환경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이에 이상민 장관은 “열심히 노력하겠다. 새 정부가 이전 정부와 다르게 더욱더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거제=뉴스1) 김영훈 기자 = 19일 경남 대우조선해양 1도크에서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이 점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공동취재) 2022.7.19/뉴스1

23일 파업 응원버스까지 몰려을 듯 
하지만 곧바로 공권력 투입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파업 현장에 인화성 물질이 있고, 고공농성도 하고 있어 안전상의 위협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다 오는 20일 금속노조의 대규모 집회가 예정돼 있고, 23일에는 파업 응원을 위한 희망 버스도 거제로 올 예정이어서 정권 차원에서 또 다른 부담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하청지회 노사 모두 23일 여름휴가를 넘기면 사실상 파행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5일째 교섭을 이어가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특히 이어진 교섭에서 일부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전언도 교섭 현장 주변에서 나오고 있어 극적인 타결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교섭에 참여하고 있는 한 하청업체 관계자는 “공권력이 투입되면 노사 모두가 큰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그 전에 교섭이 타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