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는 금융 관련 규제 중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우선 검토한다. 금산분리는 은행 등 금융 자본과 산업 자본이 서로의 업종을 소유하거나 지배하지 못 하게 하는 원칙을 말한다. 규제 완화 시 파급력이 큰 ‘덩어리 규제’로 꼽힌다. 규제 개선 방안으로는 금융사의 업무 범위와 자회사 투자 범위를 넓히는 것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현재 은행법 등에 따라 은행이나 보험사는 업무 관련성이 없는 이상 다른 회사에 지분을 15% 이상 출자할 수 없다. 은행의 경우 업무 관련성이 있는 업종이 은행업과 금융투자업, 보험업 등 15개로 한정돼 있다. 금융사의 업무 범위도 본업과 관련된 업종으로 엄격히 제한돼 있다. 예컨대 신한은행이 하고 있는 배달 플랫폼인 ‘땡겨요’의 경우 현행법상 불가능한 부수 업무지만, 한시적으로 규제 예외를 적용받는 규제 샌드박스로만 가능하다.
시중은행들은 금융위에 금산분리 관련 애로사항으로 부동산 등 생활서비스 업체나, 중소기업 사업지원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 문서 관련 디지털 인식기술 업체 등의 인수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었다. 보험사들은 상조업이나 헬스케어 사업 진출을 원하고 있다.
다만 정보기술(IT)과 플랫폼 관련 업종은 자회사 관련 규제 완화가 유력하다. 이날 김 위원장도 “금융회사의 IT와 플랫폼 관련 영업과 신기술 투자가 활성화할 수 있도록 업무 범위와 자회사 투자 제한을 개선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출은 당장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않을 수 있다. 이날 회의에서도 정순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규제는 빅테크의 은행업 진출에 따른 리스크 등을 고려해 장기 과제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도 “금융규제 혁신은 금산분리 완화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라며 “빅테크와 가상자산 등 새로운 산업이 나오고 있는 만큼 금융회사와 빅테크를 위해 관련 규제를 고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암호화폐나 조각투자 등 디지털 자산 관련 사업에는 ‘책임 있는 성장’을 유도하기로 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금지된 암호화폐 발행(ICO) 허용 여부를 검토하되, 관련 규율 체계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서 디지털 자산 기본법 제정을 추진한다.
금융위는 은행이나 증권사가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 관련 업무를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은행들은 암호화폐 등 디지털자산을 보관·관리하는 수탁서비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통화감독청(OCC)에서 신탁업 인가를 받은 시중은행들이 암호화폐 수탁업에 직접 진출하고 있다.
데이터 장벽을 적극적으로 허무는 방안도 검토된다. 현재 은행은 고객 동의를 받아도 증권과 카드 등 다른 계열사에 고객 정보를 공유하기 힘들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계열사의 은행과 증권, 보험 등을 통합한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를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에 대항할 수 있는 무기로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금융 규제 혁신의 목표는 우리 금융산업에서도 방탄소년단(BTS)과 같은 글로벌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플레이어가 출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장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이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주재로 ‘금융관행혁신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했다. 신규 혁신 사업에 장애가 되는 규제나 현실에 맞지 않는 감독·검사·제재 관련 사항을 검토해 개선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사실상 구속력을 가진 그림자 규제들에 대해 규정화하거나 환경변화로 실익이 없어진 경우 과감히 철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