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는 15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경찰국을 신설하고 행안부 ‘소속 (경찰·소방)청장 지휘규칙’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경찰국은 다음 달 2일 출범 예정이다. 이외 경찰 인사 개선과 인프라 확충 방안도 함께 내놨다. 행안부는 “현장 경찰의 목소리를 반영해 마련한 개선방안”이라고 주장했지만, 발표된 최종안을 두고 논란은 더욱 커질 조짐이다.
경찰 수사중립에 의문 나와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지휘규칙에 수사에 관한 언급은 다 뺐다”며 “시스템상으로는 전혀 수사에 관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어진 질의응답 과정에서 개입여지를 뒀다. 이 장관은 “사회적으로 관심이 큰 사건, 또는 경찰 고위직 관련 사건이 있는데 경찰이 수사를 안 하다면 ‘수사해라’는 식으로 할 것”이라며 “수사는 전형적인 행정 행위이고, 독립적인 행정 행위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정치경찰’을 목적으로 하는 것 아니냐”며 “(수사 지휘 권한이 없는 장관이) 특정 사안에 대해 수사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문제”라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구체적 사건이 아닌 일반적으로 미진한 수사들에 관해 이야기할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행안부 장관이 직접 ‘수사를 해라’ ‘마라’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앞서 4일 이 장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정권에서 수사가 돼야 했을 것 중 안 된 것들이 꽤 있다”며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언급한 바 있다.
경찰국 신설 ‘적법성’ 논란도 여전
이 교수는 “1991년 ‘치안’을 행안부 장관 사무에서 뺐는데도 시행령만으로 새로운 부서를 만든 건 법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결국 경찰국을 통해 인사권을 쥐고 국가경찰위원회를 무력화한 31년만의 ‘공룡 행안부장관’ 아니겠냐”고 비판했다.
반면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 교수는 “법에서 허용해 놓은 범위 안에서 경찰국을 조직했다고 본다”며 “행안부 장관의 역할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 역시 이날 브리핑에서 “법률상 행안부 장관의 인사 제청권은 원래 있었다”며 “(경찰국을 신설해) 밀실에서 행해지던 것을 바로잡고자 한다”고 밝혔다.
일반출신 고위직 확대·복수직급제 “당근책 vs 혜택”
반면, 이 교수는 “행안부 경찰국 신설안에 경찰 인프라 확충을 슬쩍 끼워 놓는 것 자체로 의도가 뻔히 보인다”며 “경찰의 ‘현장 대응 능력을 강화한다’는 식의 국민 안전에 관한 내용은 없고 오로지 권력 개편에만 초점을 맞춘 발표였다”고 말했다. 곽 교수 역시 “경무관 승진 대상자의 20%를 일반출신으로 하는 건 중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만 당장 반대를 무마시키려는 대증요법식 정책에 연연해 전문성·능력 등을 담보하지 않고 무조건 승진시키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제도 개선방안에 따르면 경찰국은 총괄지원과·인사지원과·자치경찰지원과 등 3개 과로 나뉜다. 각각 ▶경찰 관련 중요정책 법령의 국무회의 상정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 임용제청 ▶국가 경찰위원회 안건 부의 ▶자치경찰지원 등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총 16명의 인력이 배치되고 80% 이상은 경찰 공무원으로 구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