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
더 큰 문제는 4500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자기부상열차가 사실상 관광지의 케이블카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이 큰 후속 조치들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에선 수출은 커녕 자기부상열차 기술 자체가 사장될 우려까지 제기된다.
국토교통부와 인천공항 등에 따르면 자기부상열차는 중정비를 거쳐야 할 시기가 됐으나 제대로 시행이 되지 않은 탓에 필수보유 차량 기준을 충족할 수 없다는 이유로 휴업하게 됐다.
인천공항 자기부상, 휴업 돌입
서현호 인천공항 자기부상철도팀장은 "차량 제작사인 현대로템에 지난해 초부터 중정비 시행을 지속해서 요청했지만 물가상승, 원자재 및 반도체수급 문제 등 제작사의 사정으로 일정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정비 제때 못해 기준 미충족
경위야 어찌 됐든 휴업은 중정비만 시행되면 풀리고 운행도 재개될 수 있다. 하지만 자기부상열차의 운명을 크게 좌우할 더 큰 관문이 남아 있다.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는 지난 2006년 한국형 자기부상열차 실용화사업이 확정되면서 개발이 본격화됐고, 이듬해 대구·대전·광주 등 다른 경쟁도시를 제치고 인천공항 인근이 시범노선 건설지로 선정됐다.
기술 개발·건설에 4500억원 투입
이 자기부상열차는 출퇴근 수요 등을 소화하기 위한 ‘도심형’ 모델로 시속 110㎞대의 중저속 형으로 개발됐다. 도심형 자기부상열차로는 일본 나고야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2016년 2월에 개통했다. 중국 상하이의 자기부상열차는 시속 400㎞대의 초고속 형이다.
당시 정부는 한국형 자기부상열차를 개발하면 국내외 경전철 시장 진출 등을 통해 3조 3000억원이 넘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가 도시철도로 지정돼 운영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6년 동안 국내외 진출 실적 전무
게다가 2019년에 하루 평균 4000명대이던 승객도 코로나19 이후엔 300명대로 급감했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운영과 유지관리에 한 해 평균 80억원이 그대로 지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 영종도 일대를 순환하는 노선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사실상 흐지부지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토부와 인천공항, 인천시는 자기부상열차를 도시철도가 아닌 궤도시설로 법적 지위를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궤도시설로 변경되면 운영과 유지보수 관련 규정이 상대적으로 완화돼 비용부담이 줄어든다는 이유에서다.
돈 덜 드는 궤도시설로 변경 추진
그런데 현행 궤도운송법상 궤도시설은 케이블카나 소규모 노면전차 등이 해당된다. 게다가 궤도시설로 지정되면 도시철도처럼 일정간격으로 운행하지 않아도 되고, 속도도 시속 40㎞ 이하로 제한된다. 현재 자기부상열차의 운행속도는 시속 80㎞다.
한때 수출을 노리던 한국형 자기부상열차가 관광지 케이블카 신세로 전락하는 상황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정부와 인천공항 등이 사실상 자기부상열차 사업을 접으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애초부터 잘못 꿴 단추" 비판도
교통학계와 철도업계에선 ▶초고속 형이 아닌 도심형 자기부상열차라는 개발 컨셉이 경쟁력과 상용화 가능성 면에서 잘못됐고 ▶도심이 아닌 유동인구가 거의 없는 인천공항 주변을 시범노선으로 선정한 것 등이 문제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초부터 잘못 꿴 단추였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