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제외한 프로스포츠에서 40대 선수를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대개 20대 중후반에 전성기를 맞고, 30대 들어서면 하락세를 보이다가, 30대 중후반에 은퇴하는 게 수순이다. 선수 인생 내내 운동에만 전념하는 등 자기관리가 철저하기로 이름난 축구의 차범근과 이영표도 모두 36세에 은퇴했다. 간혹 40대에도 선수 생활을 이어간 경우가 있다. 이들도 대부분 마지막 몇 년은 이렇다 할 활약은 보여주지 못한다.
올 시즌 이대호 성적이 심상치 않다. ‘맹타’ 정도가 아니다. 키움 이정후, 삼성 피렐라와 타격 1위를 다툰다. 롯데 팬 사이에선 “은퇴를 번복하고 정말로 우승할 때까지 뛰자”는 말도 나온다고 한다. 은퇴 전제조건인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하지 못하긴 했다. 2년 전엔 그도 나이 마흔에 이 정도로 잘할 줄 몰랐을 거다. 노익장도 이런 노익장이 없다.
젊은이가 무색한 노인의 기세를 가리키는 노익장은 『후한서』 ‘마원전’에 나온다. 후한 광무제 때 62세 노장군 마원은 황제의 만류에도 반란을 제압하기 위해 직접 나선다. 그는 평소 “대장부가 뜻을 품었으면, 궁할수록 더욱 굳세고, 늙을수록 더욱 기백 넘쳐야 한다(丈夫爲志, 窮當益堅, 老當益壯)”고 말해왔다. 유래에 따르면 노익장은 ‘그래야 한다’는 당위다. 바꿔 말하면 노익장은 현상 그 자체라기보다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라고 하겠다.
다시 ‘전원일기’다. 마지막 회인 제1088회 부제는 ‘박수할 때 떠나려 해도’다. 동네 대소사를 맡아 처리하는 자치조직 ‘원동계’ 대표를 양촌리가 맡게 됐다. 대표 자리를 놓고 용식이 등 몇몇 이름이 오르내린다. 결국 마을 여론은 김 회장 쪽으로 기운다. 이제는 물러나 쉬고 싶었던 김 회장은 어쩔 수 없이 대표를 맡는다. 부제가 왜 ‘박수할 때 떠나려 해도’인지 알 만하다.
이대호는 ‘박수 칠 때 떠나라’라는 말대로 결국 은퇴를 결행할까. ‘박수할 때 떠나려 해도’ 그의 노익장이 은퇴를 가로막을 것도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