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안산에서 기계부품 공장을 운영 중인 김준식(48) 대표는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했다는 소식에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 2년 동안 직원을 줄이고 설비까지 팔아가며 간신히 도산을 막았다. 그나마 지난해 하반기 이후 대기업 납품 물량이 늘어나면서 숨통이 트였다. 그런데 이젠 금융비용에 발목을 잡힐 처지다. 김 대표는 “매출이 급감한 지난 2년 동안 제2금융권 대출에 개인 신용대출까지 받아둔 상태”라며 “금리 부담이 커지면 더는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최고금리는 가파르게 뛰고 있다. 이미 연 5% 중반을 넘어 6% 선에 다다르고 있다. 4대 시중은행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신용대출 금리(평균치)는 지난 12일 기준 연 4.84~5.59%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한국은행이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지난해 8월(연 3.02~4.17%)보다 1년여 사이 최대 1.82%포인트 올랐다.
주담대 금리는 같은 기간 최저금리가 1.6%포인트 상승했다. 고정금리(연 4.6~5.7%)는 지난해 8월(연 2.92~4.42%) 대비 최저금리 기준 1.68%포인트 뛰었다. 변동금리(연 4.22~5.43%) 상단은 5.4% 선을 넘었다. 연 3%대 대출금리도 사라지고 있다.
은행권에선 한은의 첫 빅스텝(0.5%포인트) 인상 영향으로 주담대 최고금리가 연내 7% 선을 뚫을 것으로 예상한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 은행채 등 대출 지표금리가 치솟아 연내 금리 상단은 7%를 넘을 수 있다”며 “(금융당국의 압박에도) 은행이 가산금리로 금리 상승세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도 금리 인상은 발등의 불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가 지난 11일 낸 ‘한·미 정책금리 역전 도래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통위의 빅스텝에 따라 중소기업의 이자 부담 증가액이 2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대기업 이자 부담(1조1000억원)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선다.
소상공인 역시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자 부담은 물론 고금리에 따른 경기 하락으로 매출이 줄어들 가능성도 커졌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소상공인은 제2금융권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면 2% 이상의 금리 인상으로 체감할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지원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논평을 내 “금융통화위원회의 사상 첫 3연속 기준금리 인상, 0.5%포인트 인상 결정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달 말 현재 전체 중기 대출 규모는 931조원이고 이 중 개인사업자 대출이 437조원에 달한다”며 “금리가 지속적으로 인상하면 건실한 중소기업도 외부 요인에 의한 부도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그간 플렉스(Flex·과시형 소비)에 집중하던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중심으로 ‘푼돈도 아끼자’는 ‘짠테크’(짜다+재테크) 바람이 불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빚을 내 주식이나 암호화폐 등에 투자하는 ‘한 방’ 재테크를 했다면 금리 상승기에는 밥값도 아끼는 짠테크로 돌아선 것이다.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예·적금 금리가 오르자 한 방은 아니라도 차곡차곡 돈을 모으는 식으로 투자의 흐름도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