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각국은 최근 아프리카와 에너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건 이탈리아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 4월 알제리에서 압델마드지드 테분 알제리 대통령과 회담한 뒤 알제리산 천연가스 수입량을 기존보다 40% 늘리기로 합의했다. 이탈리아는 같은 달 앙골라와 콩고민주공화국과도 천연가스 수입 계약을 체결했다. 독일도 최근 세네갈과 천연가스 신규 공급 계약을 맺었다. 두 나라 외에 스페인과 프랑스, 포르투갈 등도 아프리카 지역에서 천연가스 수입의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이 아프리카에 눈독을 들이는 건 러시아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천연가스 ‘공급중단’ 카드로 유럽을 압박 중이다. 러시아는 11일 노르드스트림1 가스관을 통한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가스관 유지보수 공사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클라우스 뮐러 독일 연방네트워크청 청장은 “러시아가 서방의 경제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가스 공급 중단을 벌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와중에 아프리카 존재감이 커졌다. 유로스탯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알제리(13%)와 나이지리아(5.5%)는 러시아와 노르웨이 다음으로 유럽연합(EU)에 천연가스를 가장 많이 수출했다. EU는 지난 5월 “나이지리아와 세네갈·앙골라 등에도 개발되지 않은 액화천연가스(LNG) 유전이 많다”며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를 다소 낮출 대안으로 아프리카를 지목했다. 실제로 나이지리아·적도기니·가나·모잠비크·탄자니아·모리타니 등에서 다양한 천연가스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여기엔 유럽 국가가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재정이 열악한 아프리카 국가들은 천연가스 수출을 멈출 수 없다. 블룸버그는 “유럽이 천연가스 수입은 서두르면서도 아프리카 국가가 이를 활용할 에너지 시설을 건설하는 투자엔 인색하다” 며 “아프리카는 1인당 탄소 배출량이 유럽과 미국보다 현저하게 낮으면서도 열악한 환경으로 기후변화 피해는 더 크게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논란 속에 올해 11월 이집트에서 열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7) 회담에서 선진국들이 아프리카 에너지와 관련한 대책을 내놓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무하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에너지 정책에서 유럽의 (모순적) 행동은 환경과 에너지 안보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위선을 끝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