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유세장을 보려 나무에 올라선 사람들이 새집처럼 달려 있었다.
꽁꽁 언 한강에서 애들이 온몸으로 얼음을 지치고 있었다.
창경궁에서 선남선녀가 뱃놀이하고 있었다.
뚝섬에서 발가벗은 아이들이 물놀이하며 노닐고 있었다.
머리에 광주리와 보따리를 인 아낙들이 청계천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이 모두 10여년 전부터 박옥수 작가의 페이스북에서 본 사진이다.
처음엔 봤을 때부터 그 사진들이 무척 신비로웠다. 우리가 지나온 시간이, 정지 장면처럼 거기 있었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건 10년 세월 한결같이 이런 사진이 공개돼온 점이다. 그동안 한 장씩 보기 시작한 사진이 수천 장이 쌓였던 게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그의 사진엔 사진만 있을 뿐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
그래서 당신의 사진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청했다.
- “1964년 큰형님이 첫 월급으로 산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죠. 또 형님이 정기 구독한 일본 잡지를 보면서 혼자 사진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게 고등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공모전에서 꽤 상을 받았고요. 한양대에 들어가면서 학교 신문사에 들어갔습니다.공부는 뒷전이었고 늘 사진 찍으러 다녔죠. 학교가 뚝섬 근처니 뚝섬을 제집처럼 드나들었죠. 집이 신촌이니 한강변 또한 제집처럼 드나들었고요. 그렇게 지금껏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한 장 한 장 공개한 겁니다. 별다른 설명이 없는 건 사진으로 이미 이야기를 다했기 때문이고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물이듯 올해부터 그는 그 사진들을 꿰기 시작했다.
올 5월, 1967년부터 1976년까지 사진을 꿴 『뚝섬』이란 책을,
올 7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명동 로드 갤러리에서 ‘한강’이란 사진전을 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