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만 참석한 '尹독대 보고'…"중산층 세부담 경감" 지시

중앙일보

입력 2022.07.1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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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대통령의 모든 행보는 메시지다. 특히 취임 후 받는 첫 업무보고는 대통령과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를 드러내는 역할을 해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부터 취임 후 첫 업무보고를 받았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추 부총리에게 “고물가 시대에 어려움을 겪는 중산층과 서민층에 대한 세부담 경감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장마와 폭염으로 성수품 물가 불안이 우려된다”며 “추석민생안정대책을 마련해 선제적으로 물가와 민생 안정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첫 업무보고를 통해 경제 위기 극복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고있단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추 부총리는 윤 대통령에게 ▶거시·민생경제 관리 ▶대내외 경제정책 총괄 강화 ▶규제혁신 ▶재정혁신 ▶예산편성 방향 ▶공공기관 혁신 ▶세제개편 등 7개 분야에 대해 업무보고를 했다. 업무보고는 예정보다 30분이 늘어난 1시간 반가량 진행됐다. 이 자리에선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6%대를 기록한 물가 안정 대책과 윤 대통령이 강조한 건전 재정 및 경제안보를 포괄한 공급망 대책, 자산매각과 민관 협력을 통한 공공기관 효율화 등이 최우선 과제로 다뤄졌다. 
 
추 부총리는 “물가 대응 과정에서 경기 침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수출과 투자 활력을 높이는 대책을 추진하겠다”며 “한국은행, 금융위원회와 협업해 금리 상승기에 다중 채무자나 저신용 채무자를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보고했다. 윤 대통령은 이와 관련 “다섯 차례에 걸쳐 발표한 물가 및 민생 안정 대책의 이행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지원 사각지대가 없는지 꼼꼼히 살펴봐 달라”고 주문했다.
 

11일 주례회동을 위해 이동 중인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한덕수 국무총리.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왜 첫 업무보고로 기재부 택했나 

대통령실 관계자는 첫 업무보고 부처로 기재부를 택한 이유로 “어려운 민생과 경제 상황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첫 업무보고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받은 뒤 공영방송의 신뢰 회복을 주문했다. 대선 기간 복지 공약을 강조했던 박근혜 정부는 보건복지부를, 경제 성장을 내세운 이명박 정부는 이번과 같이 기재부로부터 첫 업무보고를 받았다.


업무보고의 형태도 과거와 달랐다. 장관과 함께 부처 실·국장들이 모두 참여해 나열식 보고를 했던 관례와 달리 기재부에선 추 부총리만 참여해 독대 형태로 진행됐다. 대통령실도 윤 대통령과 함께 김대기 비서실장과 최상목 경제수석만 배석했다. 소수지만 기재부에서 차관보가, 대통령실에선 경제 관련 비서관 등 일부 참모도 참석할 예정이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코로나19 재확산 상황을 고려했다”며 “추 부총리가 한 명의 배석자도 없이 대통령에게 독대 보고하는 형식”이라고 말했다. 부처 일각에선 “압박 면접을 통한 부처 군기 잡기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참여 인원을 최소화한 건 불필요한 형식을 지양하고 심도있는 정책 논의를 진행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장관이 각 부처 업무를 꿰뚫고 있어야 한다는 책임장관제의 일환인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추 부총리에게 적극적으로 질문하라”는 당부도 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기재부를 시작으로 12일엔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15일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고용노동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다. 기재부와 마찬가지로 다른 부처들 역시 일자리와 미래 먹거리 등 경제 관련한 업무보고가 주된 내용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지난 8일 윤석열 대통령이 제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기 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상목 경제수석,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과 사전 환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뉴스1]

尹 “국회는 국정운영 동반자”

윤 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선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관련해 “코로나19 재유행에 철저히 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새 정부 기조인 과학 방역에 걸맞은 대응 체계를 준비하고 달라지는 방역 지침을 국민께 소상히 설명하라”고 말했다. 고물가와 관련해선 “정부의 대책이 현장에서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철저한 점검을 해달라”고 했다. 7월 국회가 열리는 만큼 “정부가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를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인식하고 상시 소통을 구하라”며 국회와의 입법 협의도 당부했다.
 
코로나19 재확산을 이유로 도어스테핑을 잠정 중단한 윤 대통령은 향후 경제와 민생 관련한 조율된 메시지를 내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메시지와 관련한 불필요한 잡음을 줄이고 경제위기 극복에 방점을 찍겠다는 것이다. 매주 비상경제 민생회의도 직접 주재하며, 민생 현장도 방문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