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사 관계자는 “기업은 (사외이사로) 현장에서 일해 본 기업인을 선호하는데 후보군이 부족한 형편”이라며 “그동안 대학교수 중에서 주로 찾았지만, 이도 부족해 외국 기업인까지 검토했다”고 말했다.
10일 대기업과 헤드헌팅 회사에 따르면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할 여성 기업인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특히 여성 인력이 적은 편인 건설·석유화학 등 업종에선 대부분 교수나 변호사 출신이 선임됐다.
이마저도 후보 풀이 매우 한정적이다. 해당 사업 분야를 전공한 여성 교수가 많지 않고, 변호사는 다른 기업과 자문 계약 등을 맺으면 사외이사 결격 사유가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아직 여성 이사를 선임하지 못한 기업이 적지않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의 4월 조사에 따르면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 172곳 중 30곳(17.4%)은 사외이사 전원이 남성이었다. 자산 2조원 미만 기업 중 여성 사외이사가 한 명이라도 있는 기업은 8.2%(168곳)에 불과했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여성들이 기업 임원으로 등장한지 이제 10년쯤 됐다”며 “아직도 고위 임원이 별로 없고, 경력·나이 등 조건을 내걸면 더욱 구인난”이라고 털어놨다.
실제 국내 주요 기업에서 활동하는 여성 임원의 비율은 한 자릿수에 그친다. 기업분석기관인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으로 대기업 임원 1만4612명 중 여성 비중은 6.3%(915명)에 그쳤다.
국내 기업 중 여성 임원 수가 가장 많다는 삼성전자도 사정은 비슷하다. 최근 발표한 ‘2022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세계 각국의 삼성전자 전체 임원 1526명 중 여성 비중은 6.5%, 국내 임원 1083명 중 여성은 5.5%(60명)에 불과했다. 올해 1분기 기준 주요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현대차 4%, LG전자 3.8%, 포스코홀딩스 2.9%, SK하이닉스와 LG디스플레이 각각 2.5% 등이다.
반면 해외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메타(옛 페이스북) 35.5%, 애플(23%), 인텔(20.7%), 대만 TSMC(10%) 등으로 한국보다 높다. 여성 인력을 꾸준히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럽연합(EU)은 지난달 상장기업 이사회 구성원의 40%를 여성으로 채우도록 하는 데 합의했지만 한국에선 한 명도 못 구하는 기업이 있는 게 현실”이라며 “여성 이사들이 기업의 여성 고급 인력이 양성될 수 있는 인사 정책 구조를 만드는데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