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부사장은 카모 지분 매각 이유를 세가지로 설명했다. ①현실적으로 기업공개(IPO)가 어려운 시기이고 ②모빌리티 수익·확장이 우려되는 데다 ③카카오에 대한 사회적 책임 여론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카카오는 2대 주주로 한발 물러서서 카카오모빌리티의 독립을 응원하고,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라는 울타리를 넘어 더 큰 혁신과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해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카오그룹 주요 계열사는 총 13곳으로, 지분 매각이 검토된 곳은 카모가 처음이다. 카카오 안팎에선 매각 사례가 다른 계열사로 퍼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주 카카오’의 폭락도 카카오가 그룹의 방향성을 돌아보게끔 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6개월 동안 카카오 주가는 연중 -34.67%까지 주저앉았다. 국민연금도 지난달 17일 카카오 지분 1.02%를 매각, 지분율을 6.42%로 낮췄다. 업계 관계자는 “전과 달리 자회사 상장이 카카오에는 좋지 않은 신호로 연결되고 있고 기존 주주들의 반발도 예상되기 때문에 (카카오가) 상장이나 그룹의 비전을 조심스럽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모는 기존 투자자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기업가치 8조5000억원을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이 금액을 협상의 기준점으로 본다.
사모펀드는 경영 효율을 이루고 기업가치를 높여 엑시트에 나서는 게 일반적이다. 한마디로 적절한 값에 산 뒤 기업가치를 높여 비싸게 되팔아야 남는 장사다. 그런데 카모의 현재 주력 사업인 택시·대리만 보고 조(兆)단위 거래를 할 순 없다.
대기업 계열사라는 제약이 사라지면 사업의 확장성이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국내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페이·커머스는 카카오톡이 필요하지만 카모는 초기부터 카카오T 앱이 별도로 존재했고, 지금도 카톡을 통해 접속하는 회사가 아니라는 게 중요하다. 스탠드 얼론(stand-alone·자립)이 가능하니 인수를 희망한다는 얘기가 오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빌리티 업계는 사모펀드의 카모 인수 이후에도 관심을 보인다. 이용자 3100만명을 쥔 카모의 주인이 바뀌면 모빌리티 판이 흔들릴 것이란 전망에서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결국 엑시트를 준비할 테니, 훗날 카모를 되판다면 어떤 방식과 형태로 누구에게 넘길지가 초미의 관심사”라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 노동조합은 사옥 앞 피켓 시위, 기자회견, 단체교섭 등을 통해 카모의 사모펀드 매각 반대를 위한 단체행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서승욱 카카오노조 지회장은 “(지분 변경도) 경영권을 넘긴다는 것이기 때문에 노조 의견은 변함이 없다. 카모·카카오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전 공동체 임직원들과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