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상장 어려운 카카오택시 최대주주 노릇, 이제 그만" 본심 드러낸 카카오

중앙일보

입력 2022.07.06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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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무슨 일이야

카카오가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의 보유 지분을 줄여, 최대주주에서 물러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카카오 계열사 전반의 투자를 총괄하는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 투자총괄 부사장은 6일 오후 사내 공지 글을 통해 “카카오모빌리티(이하 카모) 지분 10%대 매각을 통해 2대 주주로 지분 변경(step down)하는 구조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카카오 노동조합 크루유니온이 카카오 전체 계열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카모 매각을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재개하자, “완전 매각이 아닌 지분 변경을 검토 중”이라며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현재 카카오는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와 카모 지분 매각을 두고 물밑 협상 중이다.
 

이게 왜 중요해

지금까지 ‘카카오의 아이들’에겐 성장의 다음 단계는 상장이었다.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게임즈·카카오뱅크·페이가 줄상장에 성공했고, 잘 자란 자회사들의 IPO는 카카오 주가를 띄우는 재료가 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모빌리티가 다음 주자로 출격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그런데 카카오가 카모에 ‘거리두기’ 카드를 꺼냈다. 카카오그룹이 ‘공동체’로 호명하는 주요 계열사는 총 13곳. 이 가운데 지분 매각이 검토된 곳은 카모가 처음이다. 카카오 안팎에선 매각 사례가 다른 계열사로 확산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
 

응원은 내가 할게, 사업은 누가 할래

현재 카카오는 카모 지분 57.5%를 가진 최대주주다. 글로벌 사모펀드인 TPG컨소시엄이 29%, 칼라일그룹이 6.2%를 보유한 주요 주주로 포진해 있다. 배재현 부사장은 이날 카모 지분 매각 이유를 세가지로 요약해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①현실적으로 IPO가 어려운 시기이고 ②모빌리티 수익·확장이 우려되는 데다 ③카카오에 대한 사회적 책임 여론을 감안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주주구성의 변화로 2대 주주로 한발 물러서서 카카오모빌리티의 독립을 응원하고,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라는 울타리를 넘어서 더 큰 혁신과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해 보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런 결론에 이른 카카오의 깊은 속내를 분석해보면 이렇다.
 
● “잠깐, 우리 갈길이 다른데?”: 한때 카카오는 ‘한국형 O2O(온·오프라인 연계)’를 주력사업으로 키웠다. 카카오택시(2015)·카카오드라이버(2016)·카카오헤어샵(2016) 등 ‘카카오’ 브랜드를 활용한 서비스들이 줄줄이 나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O2O로는 수익을 내기가 어려웠고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도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결국 2016년 카카오는 “모든 사업에 직접 뛰어드는 건 효율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직접 진출’은 시행착오였다고 인정하고, 카카오를 플랫폼으로 키우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카카오가 카모 지분 매각까지 고려한 건 지난해 카카오택시에 쏟아진 비판의 영향이 크다. 당시 카카오는 CAC를 통해 계열사들의 성장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돌아보겠다고 밝히며 카모 매각도 검토하기 시작한 것. 카카오 내부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카모의 성장 방식이 이제 카카오 그룹과는 맞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흘러내린 카카오 주가: ‘국민주 카카오’의 폭락도 카카오가 그룹의 방향성을 돌아보게끔 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지난 6개월 동안 카카오 주가는 연중 -34.67%까지 주저 앉았다. 국민연금도 지난달 17일 카카오 지분 1.02%를 매각, 지분율을 6.42%로 낮췄다. 업계 관계자는 “전과 달리 자회사 상장이 카카오에는 안 좋은 신호로 연결되고 있고 기존 주주들의 반발도 예상되기 때문에 (카카오가) 상장이나 그룹의 비전을 조심스럽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뉴스1]

 

카모 사고 싶다는 자, 왜?

카모는 기존 투자자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기업가치 8조5000억원을 인정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이 금액을 협상의 기준점으로 본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왜 카모를 사고 싶어할까. 
 
● 성장할 수 있다? 없다? : 사모펀드는 경영 효율을 이루고 기업가치를 높여 엑시트에 나서는 게 일반적인 수순. 적절한 값에 샀다가 기업가치를 높여 비싸게 되팔아야 남는 장사다. 그런데 카모의 현재 주력 사업인 택시·대리만 보고 조(兆)단위 거래를 할 순 없다. 이 거래의 핵심은 카모의 성장 가능성. 카모는 3100만명이 가입한 국내 1위 모빌리티 플랫폼을 보유한 데다 이미 택시·대리·내비게이션·공유 자전거·택배·렌터카 등 이동의 전 분야에 발을 뻗었다. 전기차(EV)충전·자율주행·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 사업도 착실히 준비 중.
 
카카오는 ‘카카오 우산’ 속에선 카모가 성장하기 어렵다고 본다. 카모의 택시호출 수수료 인상과 대리운전·퀵서비스·택배 등 사업 확장으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불거졌던 만큼, 카카오 그룹 아래서는 더 이상 이전 같은 수익 확대 방식을 고려하지 않고 있기 때문. 노조 관계자는 “카카오 안에 있으면 카모가 사실상 공공앱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고 (CAC에서) 말했다”고 했다.
 
반면 카모를 탐내는 쪽에선 카모의 ‘홀로서기’가 가능하다고 본다. 대기업 계열사라는 제약이 사라지면 사업의 확장성이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 익명을 요청한 국내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페이·커머스는 카카오톡이 필요하지만 카모는 초기부터 카카오T 앱이 별도로 존재했고 지금도 카톡을 통해 접속하는 회사가 아니라는 게 중요하다. 스탠드얼론(stand-alone·자립)이 가능하니 인수를 희망한다는 얘기가 오가는 것”이라며 “시장 규제가 있다고 하나 규제보다는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는 데 (카모의)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 모빌리티 업계는 : 매각 그 이후를 보는 중. 누가 됐든 이용자 3100만명을 쥔 카모의 주인이 바뀌면 판이 흔들릴 거라는 기대가 크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결국 엑시트를 준비할 테니, 훗날 카모를 되판다면 어떤 방식과 형태로 누구에게 넘길지가 초미의 관심사”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자회사 상장이 카카오의 성장으로 직결되던 시절은 끝났다. ‘공동상생’의 방식에선 성장할 수 없는 계열사라면, 카카오는 언제든 ‘응원’의 대상으로 거리두기에 나설 수 있다. 배 부사장은 “모든 대안과 전략을 더 넓은 시각으로 고민하다가 이번 주주구성 변경안도 검토하게 됐고 아직 실제 진행 여부도 결정되지 않았다”면서도 “이해하고 만족할 만한 수준의 주주구성 변경안을 다양한 투자자들과 협의해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 노조는 사옥 앞 피켓 시위, 기자회견, 단체교섭 등을 통해 카모의 사모펀드 매각 반대를 위한 단체행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서승욱 카카오노조 지회장은 “(지분 변경도) 경영권을 넘긴다는 것이기 때문에 노조 의견은 변함 없다. 카모·카카오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전 공동체 임직원들과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