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뜨거운 천태만상이다. 감사원이 5일 공개한 세종시 이전기관 공직자의 아파트 특별공급 감사결과 얘기다. 공무원들은 분양을 받으려 장관 관인을 조작하거나, 정년퇴직 후에도 청약을 신청해 아파트를 따냈다. 이미 청약에 당첨됐거나, 입주 공고일 이후에 세종시로 전보된 경우도 규정을 임의대로 해석해 큰 어려움 없이 청약에 당첨됐다. 단 3개월 간의 감사에서 적발된 당첨자만 116명이고 이 중 76명이 실제 계약을 체결했다. 경찰과 소방청부터 각종 중앙부처까지 사실상 모든 정부 기관에서 위반자들이 속출했다. 감사원은 계약 취소 요청과 함께 징계와 주의, 고발을 포함한 45건의 감사 결과를 확정했다. 관인을 조작한 금산군 공무원 A씨는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고발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의 유령청사 논란 뒤 국회의 감사 요구로 이뤄졌다. 대전에 위치한 관평원은 이전기관이 아님에도 기재부로부터 171억의 예산을 따내 세종 청사를 지었고, 이 와중에 직원 49명이 세종시 특별공급을 받으며 여론의 비난을 받았다. 심지어 직원들이 신청사로 이주도 하지 않아 혈세 낭비 논란까지 일었던 사건이다. 감사원은 먼저 감사를 받았던 관평원을 제외하고 지난해 12월부터 약 3개월간, 2010년 10월 이후 세종시 이전기관 종사자에게 공급된 주택 2만 5995호에 대한 적정성을 점검했다. 감사 보고서엔 ‘조작’‘임의’‘부당 발급’‘중복 당첨’‘부적격자’ 등 수사 보고서에나 나올 것 같은 용어들이 수십차례 반복됐다. 세종시 공무원 특별공급은 지난해 7월 폐지된 상태다.
동료 퇴근한 뒤, 장관 관인 복붙한 공무원
이미 정년퇴직을 해 특별공급 자격을 잃은 이들도 소속기관에서 특별공급 대상 확인서를 받아 아파트를 따냈다. 중소기업진흥원에 근무하던 B씨는 아파트 입주예정일 2년 전에 정년퇴직했지만, 소속기관이 이를 알면서도 확인서를 부당 발급해줬다. 이런 식으로 특별공급을 받은 자격 상실자만 28명에 달했다.
당첨돼도 또 재당첨
세종시 주택건설사업 승인 주체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엔 특별공급 점검 권한이 없고, 점검 권한이 있는 국토부는 2010년 이후 올해 3월까지 관련 점검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국토교통부에 세종시 주택관련 점검 등의 업무를 소홀히 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 요구’도 함께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