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쇠백로 파빌리온 제작을 기획한 부산현대미술관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배달음식 이용이 일반화됐고, 플라스틱 용기 사용량이 급증하며 ‘플라스틱 팬데믹’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로 인한 환경 파괴 문제를 환기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을 탐구하자는 의미를 담아 이번 작품을 기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환경부 집계를 보면 국내에서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양은 2019년 131만t에서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251만t으로 급증했다.
2017년 부산 강서구는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철새 조사’ 용역을 경성대 조류연구관에 의뢰했다. 이 용역에서 쇠백로 60여 마리가 2016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겨울을 낙동강 하류에서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쇠백로가 필리핀 등 따뜻한 곳으로 떠나지 않고 을숙도 일대에 눌러앉아 ‘텃새’가 됐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공식 확인된 조사다.
쇠백로뿐 아니라 중대백로, 해오라기, 왜가리 등 여름 철새 110여 마리도 그해 겨울을 낙동강 일대에서 난 것으로 확인됐다. 을숙도는 매년 여름과 겨울 50여종 10만 마리의 철새가 날아드는 국내 최대 철새 도래지다. 바다와 강이 맞닿아 기수생태계를 이루는 이곳의 수초와 갈대는 철새의 보금자리가 되고, 먹이로 삼을 수 있는 어패류가 풍부해 철새의 낙원으로 불린다.
대형 쇠백로 파빌리온을 구상하고, 플라스틱 사출 등 작업을 거쳐 구현한 것은 곽이브(39) 작가와 이웅열(40) 디자이너다. 곽 작가는 “자료 조사 과정에서 쇠백로가 낙동강 생태계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실제 부산현대미술관을 방문했을 때 실제로 주변을 날아다니는 쇠백로를 만나기도 했다”며 “만약에 저 쇠백로가 미술관 앞마당에 내려앉는다면, 그런데 사람들이 앉아 쉴 수 있는 벤치이자 놀이기구가 될 수 있다면 흥미로울 듯하다는 구상으로 대형 쇠백로를 구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구상을 실제 작품으로 옮긴 이웅열 디자이너는 “전시가 끝난 이후에도 프레임과 판재를 이용해 의자, 테이블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염두에 뒀다. 견고한 소재를 사용했고, 분해와 재조립이 쉽도록 정육면체 유닛을 선택했다”고 했다. 이어 “지금의 플라스틱 분리배출 방식으로는 재활용이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작업 과정에서 절감했다. 이번 전시가 이런 문제를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부산현대미술관은 쇠백로 파빌리온을 오는 10월 23일까지 야외 전시장에 전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