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전력 수요가 6월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국적인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는 가운데, 7~8월 전력 수요 급증에 따른 수급 불안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월평균 최대 전력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3% 증가한 71.81GW(기가와트)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월별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5년 이래 6월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치다. 6월에 70GW 선을 넘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최대 전력은 하루 중 전력 사용량이 가장 많은 때의 전력 수요를 의미한다.
6월 전력 사용량이 급증한 것에는 일찍 나타난 덥고 습한 날씨가 영향을 미쳤다. 낮에는 폭염, 밤에는 열대야(전날 오후 6시~다음날 오전 9시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때)가 기승을 부리면서 냉방 가동 등 전력 수요를 자극했다. 강원 동해안 등에선 30도 가까운 최저기온으로 잠 못 드는 밤을 보내기도 했다.
지난달 21~23일, 27일~이달 1일엔 연달아 80GW 넘는 최대전력을 기록했다. 지난달 23일엔 전기 공급 예비율(공급 예비력을 최대전력으로 나눈 비율)이 연중 최저인 9.5%까지 떨어졌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난방은 전기 말고도 가스·등유 같은 대체 수단이 있지만, 냉방은 전기밖에 없어서 며칠 연속 더워지면 수요가 폭증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폭염이 닥친 이달 1~3일 최대전력 수치는 작년 대비 8.4~19.4% 뛰었다. 전력거래소는 평년보다 높은 기온에 따라 4~8일 전력수요가 88~91GW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예비율이 안정적이라고 하지만 안심할 순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4일 오후 6시 기준 최대전력은 89.83GW로 90GW에 육박하면서 올해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예비율도 이날 한때 10% 수준으로 떨어졌다.
6월에 나타난 '역대급' 전력 사용 양상이 한여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정부가 내놓은 전망에선 8월 둘째 주 전력 수요(91.7~95.7GW)가 정점에 올라설 것으로 봤지만, 이 피크가 더 빨리, 더 높게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5년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예측된 예비력(5.2~9.2GW)도 더 낮아질 수 있다.
다만 산업통상자원부는 갑작스러운 전력 부족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 거라고 보고 있다. 공공기관 냉방기 사용 자제 같은 수요 감축 방안에다 추가 화력 발전 등도 전력 공급에 동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날씨와 전력 수요는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석탄 화력 등 예비 자원이 있고, 전력 피크를 미리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수급 차질이 생기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