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3일 당 혁신위원회의 첫 워크숍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친윤계 의원들이 “혁신위는 이준석 사조직“이라고 비판하는 걸 감안해 일단 한 발 떨어져 있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이 대표는 자신의 성상납 및 증거인멸교사 의혹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 징계 심의가 나흘 앞으로 다가온 이날 아무런 공개 일정을 잡지 않고 이틀째 두문불출했다.
“尹 지지율 해결” 공언한 李
지난 1일 방송에 출연해 “당 대표는 윤리위원회 해체 권한도 있다”며 강경 입장을 밝혔던 것의 연장선상이다. 대표실 관계자는 “이 대표가 윤리위 국면에 몰린 건 결국 대선과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의 공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당내 견제 세력들 때문”이라며 “두 번의 선거가 끝나고 휴지기로 접어들면서 당내 입지가 탄탄하지 않은 이 대표를 상대로 한 견제 작업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에 대한 친윤계의 공격이 이번 윤리위 국면의 실체라는 게 이 대표의 시각이다. 친윤계인 박성민 의원이 지난달 30일 돌연 비서실장을 사직한 것을 두고도 이 대표 측에서 “박 실장 사직 직후 ‘나머지 지명직 지도부 관계자들이 모조리 보직을 내놓는다’는 터무니 없는 소문이 돌았다. 이게 어디서 나온 것이겠냐”는 말이 나왔다.
친윤계 “징계 안 하면 지지율↓”
당내 일각에서는 대선과 지방선거 표심 분석 결과 이 대표를 위시한 20대 남성의 영향력이 크지 않았다는 ‘이준석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윤 대통령과 가까운 의원은 “지역구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이 대표를 성토하고 있다”며 “오히려 이 대표를 징계하지 않으면 지지율이 떨어질 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대표가 ‘윤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한 데 대해서도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징계한 것도 아닌데 친윤 세력을 가상의 적으로 만드는 이 대표의 거짓말은 정말 옳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윤리위 결정이 어느 쪽이든 국민의힘 내부는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이 대표가 ‘최악의 경우 윤리위 결정에 불복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후폭풍이 적잖을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원내 중진 의원은 “뚜렷한 증거 없이 이 대표를 징계 했다간 역풍이 불 것이고, 당내 사퇴 촉구 여론에도 이 대표가 물러나지 않으면 말 그대로 진흙탕 싸움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권성동 원내대표, 조수진·배현진 최고위원 등과 마주한다. 윤리위 전날(6일) 열리는 윤석열 정부 첫 고위 당정협의회에서는 윤 대통령과의 대면이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