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11시 20분쯤 서울 종로구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빌딩. 빌딩 출입을 막는 노란색 출입통제선 주변에서는 당황한 듯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슬리퍼만 신고 몸만 빠져나온 일부 입주자 모습에서 건물 흔들림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휴대전화 하나만 챙겨 건물을 나왔다는 직장인 박모(50)씨는 “다른 걸 챙길 여유가 없었는데 이렇게 그대로 집에 갈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도심 한복판 빌딩 ‘흔들’…1000명 대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25분쯤 르메이에르 빌딩이 흔들린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땐 진동을 느낀 50여명이 대피한 상태였다고 한다. 현장을 살핀 소방 측은 “단순 신고가 아닐 수 있다”며 건물 전체에 긴급탈출명령을 내렸다. 도착 14분만인 오전 10시 39분쯤이다.
건물 내 대피 방송이 건물 내에 퍼지면서 1000명(종로소방서 추산)이 건물을 빠져나왔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거동이 불편해 건물에 남았던 80대 여성 등 4명은 소방관과 같이 건물 밖으로 나왔다.
정병익 종로구 도시관리국장은 “날개 손상은 노후로 인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다른 날개도 교체할 필요가 있는지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쿨링팬 사고 때문?…일대는 혼란
건물 진동을 직접 느낀 건물 입주자 등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건물은 1~5층이 상가(354세대), 6~20층이 오피스텔(529세대)인 주상복합 건물이다. 15층에서 일하는 직장인 A씨는 “흔들림이 5분 있었다고 하는데 20분 이상 상하로 울렁거렸다”고 주장했다. 지하 1층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유모(56)씨는 “점심 장사를 하려고 대파·양파를 썰고 낙지를 삶으며 재료 손질 중이었는데, 문도 못 잠그고 난리 바람이었다”고 말했다. 유씨는 이날 장사를 망쳤다며 울상이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대형 빌딩이 흔들리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각종 우려도 쏟아지고 있다. “자주 가는 곳인데 너무 무섭다” “당분간 그 주변엔 안 가려고 한다” 등과 같은 글이 속속 올라왔다.
종로구에 따르면 르메이에르 빌딩은 지난 3월 안전점검을 받았다. 건물을 관리하는 안전진단업체가 추가 보완조치에 나설 예정이다. 정 국장은 “구조 안전전문가 4명과 현장점검에 나선 결과 추가 위험징후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