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대명’ 기류에…비명계, 당대표 권한 쪼개기로 작전 변경

중앙일보

입력 2022.06.3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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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비공개 회의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 힘 빼기’가 당내 갈등의 새 뇌관으로 떠올랐다. 이재명(사진) 의원의 당 대표 도전이 기정사실로 굳어가고, 당내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류가 흐르자 비명계가 당 대표 권력 약화로 방향을 튼 셈이다. 비명계에선 형식상으로는 단일성 지도체제를 유지하되 실질적으론 집단지도체제를 만드는 방안을 제기하고 있다. 쟁점은 3가지다.
 

이재명

① 공천권=현행 당헌·당규상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될 경우 2024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 위원장과 위원은 최고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당 대표가 임명한다”(당규 10호 4조)는 규정 때문이다. 검증위(선거 150일 전까지 설치)는 전략공천관리위(선거 120일 전까지 설치)보다 앞서 국회의원 후보자 자격 심사를 맡는 공천의 핵심 기구다.
 
비명계에선 규정 중 ‘심의’라는 단어를 ‘합의’로 개정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한 전준위원은 “심의라는 건 뜻도 애매하고 구속 능력이 없어서 사실상 당 대표가 혼자서 위원장과 위원을 뽑을 수 있다”며 “이를 ‘합의’로 고쳐서 최고위원의 입장이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단일성 지도체제를 유지하되, 실질적인 권한은 분산된다.  
 
이에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은 “‘이재명 출마하지 마라’ 등 온갖 얘기를 하다가 안 되니까, 마지막 꼼수로 변형된 집단지도체제를 주장하고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② 당직자 임명권=사무총장·정책위의장 임명권도 부딪히고 있다. 구체적으로 비명계는 “사무총장은 당 대표가 최고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임명한다”(당헌 38조 2항), “정책위의장은 당 대표가 최고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임명한다”(당헌 44조 2항)는 문구에서 ‘협의’를 ‘합의’로 바꾸자고 주장하고 있다.
 
사무총장은 당 재정권을 쥐고 당원 명부를 관리한다. 정책위의장은 당의 정책과 공약·강령 등을 다룬다. 당 대표가 최측근을 기용하는 이유다. 그런데 협의를 합의로 바꾸면 최고위원 동의가 필수다. 당 대표 권한이 급격히 축소될 수밖에 없다.
 
③ 최고위원 지명권=당헌 26조에 따르면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당 대표와 원내대표 그리고 7명의 최고위원 등 총 9명으로 구성되는데, 최고위원은 “전국대의원대회(전당대회)에서 선출된 5명”과 “당 대표가 지명하는 2명”으로 이루어진다. 지명 권한을 통해 당 대표가 각종 의결에서 최소 3분의 1(본인+지명직 2명)의 의결권을 보장받는 셈이다.
 
전준위 관계자는 “지명직 2명을 1명으로 줄이자는 논의가 있다”며 “순감시켜 최고위원회 구성을 8명으로 줄일지, 아니면 선출직을 6명으로 늘릴지는 더 논의해봐야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친명계 초선 의원은 “당 대표가 최소한의 의결권도 보장받지 못한다면 자칫 식물 대표로 전락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한편 강병원 민주당 의원(재선·서울 은평을)은 29일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97(90년대 학번·70년대생) 그룹’의 본격적인 출마다.  
 
강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당의 위기, 리더십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민주당을 만들기 위해 당 대표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젊고 역동적인 새 인물, 혁신과 통합의 리더십으로 새로운 민주당을 만들겠다”며 “당 대표가 바뀌면 민주당이 바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