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법알 사건번호49]'브이캐시' 피해자 승소, '루나·테라' 피해자들에도 희망일까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2020년 7월 이번 민사 사건의 피고 A씨는 직장 동료들과 함께 가상자산 거래소인 ‘브이글로벌’을 설립합니다. 브이글로벌 대표는 B씨가 맡았고 그는 범행 전체를 지휘했습니다. A씨는 별도의 암호화폐 발행사인 ‘브이에이치’를 설립해 운영하면서 자신들이 만든 거래소에 자체 암호화폐 ‘브이캐시’를 상장시킵니다. 시장을 관리하고 심판 역할을 해야 할 거래소가 직접 선수로 뛰는 것부터 수상합니다.
이들이 단숨에 2조원 넘는 거액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방법은 바로 불법 다단계였습니다. 이들은 거래소를 설립한 직후부터 웹사이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또는 호텔에서 투자설명회를 열었습니다.
이들은 투자자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브이글로벌의 거래 실적이 국내 업계 4위다” ▶”특정금융정보법이 요구하는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인증을 받을 준비가 끝났고, 은행에서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을 발급해주기로 확약했다” ▶”세계 최대의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와 오더북(호가창)을 공유하고 있다” ▶”브이캐시를 이용해 온·오프라인에서 명품을 구입하는 등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 ▶”투자 원금의 지급준비율을 120%로 유지하고 있다”고 홍보했습니다. 모두 거짓이었죠. 또 브이캐시 1개가 현금 1원 상당의 가치가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대량의 매수·매도 주문을 반복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1계좌당 600만원을 투자하면 약 600만 브이캐시를 지급하며 VIP 회원 자격을 부여하고 ▶'에어드랍서비스'를 신청하면 거래소에 신규 가상자산이 상장될 때마다 10만 브이캐시를 배당하며 ▶하위 투자자를 소개하면 소개비·수당을 지급하는 등 최대 1800만 브이캐시를 지급받아 원금 대비 300%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하며 많은 회원을 끌어모았습니다.
투자자를 'VIP→매니저→코치→마스터→슈퍼바이저→디렉터→CEO→체어맨'이라는 8단계 등급으로 구분하는 다단계 판매조직도 만들었습니다. 하위 투자자를 더 많이 모집할수록 더 많은 브이캐시를 지급했습니다.
경찰에 꼬리가 잡힌 이들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됐습니다. 지난 2월 1심 재판부(수원지법 형사11부)는 브이글로벌 대표 B씨에게 징역 22년과 1064억원의 추징 명령 등을 내리고 A씨 등 운영진 6명에게도 각각 징역 4~14년을 선고했습니다.
이후 투자 피해자 5명은 A씨를 상대로 투자 피해금을 돌려달라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하게 됩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3부(김동빈 부장판사)는 지난달 18일 "B씨는 원고들에게 3억3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립니다.
여기서 질문!
관련 법률은?
또 유사수신법은 누구든지 법령에 따른 인가·허가를 받지 않거나 등록·신고 등을 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면서 향후 출자금 이상의 금액을 보장하고 출자금을 받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법조계 판단은?
루나·테라 사건에도 이를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지는 의견이 갈립니다. 박보준 변호사(법무법인 기성)는 "브이글로벌 사건은 유사수신행위가 명백하기 때문에 손해배상 책임이 쉽게 인정됐다"며 "루나·테라 사건의 경우는 유사수신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지 아직 명확하지 않아 똑같이 적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루나·테라 사건은 검찰의 수사 결과, 법원의 판단이 최종적으로 나와야 민사상 책임을 명확히 가릴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피해자들이 승소하더라도 손해배상액을 실제로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돈 없다, 배 째라" 식으로 나오면 채권 회수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법알
‘그 법’을 콕 집어 알려드립니다. 어려워서 다가가기 힘든 법률 세상을 우리 생활 주변의 사건 이야기로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함께 고민해 볼만한 법적 쟁점과 사회 변화로 달라지는 새로운 법률 해석도 발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