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다발 들고 "더 먼 데 가줘요"…돌연 목적지 바꾼 승객 정체

중앙일보

입력 2022.06.29 11:03

수정 2022.06.2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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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경찰청 제공]

택시기사가 남다른 눈썰미로 보이스피싱 수거책을 검거하는 데 도움을 준 사연이 알려졌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3시쯤 택시 기사인 60대 A씨는 경기 화성에서 “서울 역삼동까지 가 달라”는 여성 승객 B씨를 태우고 장거리 운행을 시작했다.
 
그런데 B씨는 주행한 지 20분이 지났을 때쯤 돌연 목적지를 바꿔 경기 안산역으로 가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승객이 주행 중 목적지를 원거리의 다른 지역으로 바꾸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수상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목적지에 도착한 뒤에도 B씨의 ‘수상한’ 행동은 계속됐다. 현금이 가득 든 가방에서 돈을 꺼내 요금을 지불하고 영수증을 요구하는가 하면, 하차한 뒤에는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자신이 서 있던 장소를 촬영하기도 했다.


이를 지켜본 A씨는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사실을 직감하고 112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3분 만에 현장에 출동해 안산역 앞 노상에서 B씨를 검거했다.
 
조사 결과 B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 수거책인 것으로 드러났다.
 
B씨가 속한 조직은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검찰 기관과 금융감독원을 사칭, “통장이 범죄에 연루돼 확인이 필요하다”고 속여 현금을 가로채려고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가 남다른 눈썰미를 발휘하고 발 빠르게 신고한 덕분에, 당시 하차 지점에서 B씨를 만나기로 했던 피해자는 그에게 건네줄 뻔했던 1100만 원을 지킬 수 있었다.
 
안산단원경찰서는 A씨를 ‘피싱 지킴이’로 선정하고 표창장과 신고 보상금을 수여하기로 했다.
 
A씨는 “작은 관심으로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 예방에 도움이 돼서 뿌듯하다”며 “누구나 관심을 가지면 이 같은 범죄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