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세자금 대출 최고 금리가 연 5% 선을 돌파하면서 세입자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에 따르면 27일 기준 전세대출 금리(평균치)는 연 3.99~5.01%다. 코로나19 이후 한국은행이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지난해 8월(연 2.71~3.64%)보다 최고·최저금리가 1.2%포인트 이상 올랐다. 연 2%대 금리의 대출 상품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이는 한은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전세대출 지표 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와 금융채 금리가 오른 영향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금융채 6개월물(AAA) 금리는 28일 기준 연 2.646%로 6개월 사이 1%포인트 넘게 뛰었다. 지난달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1.98%)도 한 달 전보다 0.14%포인트 상승했다. 2019년 1월 이후 3년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서울에서 아파트 세입자가 연 5.01% 금리에 1억5000만원 전세이자 대출을 받았다고 가정하면, 연간 이자는 751만5000원이다. 매달 은행에 62만6250원을 갚아야 한다. 만일 1억5000만원 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바꾸면 집주인에게 매달 52만5000원을 주면 된다. 연간(630만원)으로 따지면 은행 전세 이자보다 121만5000원이 덜 든다.
‘전세의 월세화’는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28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17개 시·도에서 이뤄진 임대차 거래는 34만9626건(확정일자 기준)이다. 이 중 월세 거래는 20만1995건으로 57.8%를 차지해 전세를 넘어섰다. 제주의 월세 비중이 85.4%로 가장 높았고, 서울은 57.4%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도 “금리가 뛰자 전세대출을 (2년 단위로) 연장할 때 원금 일부를 갚거나 반전세·월세로 돌리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변수는 지난 21일 윤석열 정부가 꺼낸 첫 부동산 대책인 임대차시장 안정 방안이다. 임대료를 5% 이내로 인상하는 착한 임대인(상생 임대인)에겐 1주택 인정을 위한 2년 거주 요건을 2024년까지 면제해주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금융당국의 ‘이자 장사’ 압박에 은행이 전세대출 금리를 낮추고 있는 것도 변수다. 농협은행이 지난 24일 전세대출 우대금리를 0.1%포인트 확대했고, 다음 달 1일부터는 0.1%포인트 우대금리를 추가로 준다. 케이뱅크는 지난 21일부터 일반 전세대출 금리(연 3.03~4.36%)를 연 0.41%포인트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