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홍콩 시장에선 어떤 전자상거래 기업이 ‘잘’ 나갈까. 이 역시 알리바바와 징둥이다. 그러나 진짜 시장을 평정하는 건 현지 기업이다.
2015년 설립된 홍콩티비몰은 홍콩에서 처음으로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선보인 곳이다. 식품, 미용 제품, 가구, 가전제품 등을 판매하는 종합 온라인 쇼핑몰로, 2021년 이용자 수는 130만 명을 훌쩍 넘겼다. 2021년 총매출은 65억 7천 홍콩 달러로 전년 대비 10% 상승했다.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오던 홍콩티비몰의 입지가 최근 위협받고 있다.
홍콩의 로컬 전자상거래 업체인 ‘유허(友和·YOHO)’에게서다.
지난 10일 유허 그룹이 홍콩증권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당일 2.28 홍콩달러(약 375원)에 거래를 시작했으며 시가 총액은 9억 8500만 홍콩달러(약 1623억 원)를 기록했다. 이는 홍콩증권거래소 사상 최대의 본토 전자상거래 초기 공모(IPO)로 기록됐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2020, 2021 회계연도 유허의 GMV(총상품 거래액)은 약 5억 2300만 홍콩달러(약 861억 8천만 원)다. 2021년 5월 기준 유허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180만 명으로 집계됐다.
유허 창업자 쉬자잉(徐嘉瑩)은 전통적인 유통 채널의 해외상품 확보 부족과 홍콩 현지 온라인 쇼핑몰의 부재를 느끼고 유허를 설립했다. 쉬자잉은 해외 브랜드의 대리권을 받기 위해 노력했고, 직접 해외 업체를 찾아가 계약을 얻어냈다. 게다가 홍콩은 자유무역항이라는 특수한 관세정책으로 인해 유허는 글로벌 시장에서 비교적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유허의 사업 설명서에 따르면 온·오프라인 자체 운영 소매(B2C) 및 오프라인 대량 판매(B2B, 주로 무역 회사, 가전제품 소매업체)의 총 수익의 95% 이상이 전자 제품 판매에서 비롯된다.
유허는 제3의 사업자가 판매할 수 있도록 도우며 커미션 수입을 얻는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 2023년까지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제공되는 제품을 전자제품 및 가전제품 이외의 새로운 유형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허는 징둥의 최대 쇼핑 축제인 광군제(光棍節)나 '솽스이(雙十一)'를 벤치마킹하며 자신만의 색깔을 입힌 ‘313주년’도 만들었다.
홍콩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돼 2000년대에 본격적으로 발전하며 중국 본토를 앞섰다. 그러나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 및 성장률 면에서는 중국 및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 훨씬 뒤처지고 있다. 글로벌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설리반(Frost&Sullivan) 자료에 따르면 홍콩 내 전자상거래 업체는 약 7500개가 있다.
업계의 경쟁 정도를 반영하는 기업 집중률(CR, Concentration Ratio) 데이터를 보면 홍콩 현지 전자상거래 플랫폼 상위 5곳의 CR5는 21.5%에 불과하다. 그중 홍콩티비몰이 약 10%의 점유율을 차지했고 나머지 4개 기업은 3% 미만을 점유했다. 발달한 전자 상거래 시장에서 CR5는 80%를 넘기기도 한다.
소매 산업 규모와 전자상거래 보급률의 제한 외에도 다른 요인이 존재한다. 오프라인 소비 비중이 높아 신용카드 및 현금 결제 방식이 대다수이며, 인력이나 토지 임대료가 높기 때문에 홍콩 전자상거래 물류 창고의 비용 역시 그 규모가 상당하다.
그러나 홍콩 전자상거래 시장을 ‘폭풍전야’로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게다가 홍콩은 많은 중소기업과 개인 사업자들이 무역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자유무역항으로써의 이점, 우수한 물류 접근성 및 항공 인프라 등 여러 방면에서 전자상거래 시장 발전에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