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자성해야”…기재부, 추가 자구책 요구
원래 21일 발표 예정이었던 3분기 전기요금은 한전의 자구책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연기했다. 한전은 최근 해외 투자 자산 및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약 6조원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었다. 또 20일 정부가 발표한 ‘2021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경영진 성과급 전액, 1급 이상 주요 간부 성과급 50%를 반납하기로 했다. 한전뿐 아니라 한전 발전 자회사도 경영진 및 주요 간부 성과급 반납에 동참했다. 한전은 그동안 적자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임직원의 성과급을 반납해 왔다. 이번 성과급 반납은 한전 역사상 7번째다.
다만 정부는 이런 자구책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20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전 스스로 왜 지난 5년간 이 모양이 됐는지 자성이 필요하다”면서 “이런 부분에 대해 국민께 소상하게 알리고 요금을 올려야 하면 상응하는 이해를 구하는 노력도 공기업으로서 당연히 해야 한다”고 했다. 전기요금의 한전 책임론은 국무총리도 가세했다. 23일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참석차 프랑스 파리를 방문한 한덕수 총리는 “(한전 자구책은) 그냥 있는 건물 팔겠다는 건데 민간기업 같으면 도산하면 월급도 깎이는 게 아니라 다 날아간다”면서 “한전은 경영에 최선을 다하고 직원도 희생을 감당했었나”고 했다.
요금 9년 동결했는데, “죄인 된 심정”
실제 전기요금은 2013년 이후, 올해까지 9년간 인상이 제한됐다. 그나마 올해는 킬로와트시(㎾h)당 9.8원의 기준연료비를 올리기로 하고 그중 절반인 ㎾h당 4.9원을 우선 지난 4월 인상했다. 하지만 분기연료비는 국제유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1~2분기 연속 동결했다.
전기요금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한전의 적자 규모와 상관없이 예전부터 나왔다. 전기요금이 장기간 물가 상승률조차 반영하지 못하자 연료비를 반영한 합리적 요금 결정 체계가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김종갑 전 한전 사장도 “수입 콩값(연료비)이 올라가도 두붓값(전기료)을 올리지 않았더니 두붓값이 콩값보다 싸지게 됐다”며 불합리한 요금 체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는 요금 현실화는커녕 오히려 상황에 따라 요금을 인하하는 정책을 썼다. 실제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9년 여름철 전기요금 부담 증가로 여론이 나빠질 것을 우려해, 7~8월 전기요금 누진구간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요금 부담을 오히려 완화했다. 지난해부터는 연료비를 요금에 반영하겠다며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지만, 국민 경제 부담이 크다며 연료비가 올라도 요금 인상을 허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국제 유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했던 지난해 1분기에 킬로와트(㎾h)당 3원 낮춰줬다.
요금 부실 “전력 수급 문제 생길 수도”
특히 부실한 요금 구조는 전력 수급 문제 이어져 결국 국민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적절하고 합리적인 요금 수준을 보장하지 못하면 한전이 전력구입비를 줄이려고 할 것이고 그러면 발전사도 적자를 보게 된다”면서 “만약 발전사가 적자로 돌아서면 전력을 적극적으로 생산하려 하지 않을 거기 때문에 전력 수급 부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