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절없이 내려가는 주가에 개인투자자들의 원성도 커졌다. 이참에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코로나19로 2020년 3월 전면 금지됐던 공매도는 지난해 5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등 대형주에 한해 부분 재개됐다.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만 1400만 명이니 표심에 민감한 정치인들이 언제 이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지 모른다.
금융권에서는 공매도 전면 재개는 당분간 물 건너갔다는 의견이 대세다. 주식시장이 좋을 때도 못한 공매도 전면 재개를 지금 할 수 있다고 보는 이들은 없다. 그래서 금융당국의 입장도 “공매도 전면 재개도 전면 금지도 결정된 바 없다” 정도다.
금융위는 공매도 전면 재개의 조건으로 제도 개선을 꼽고 있다. 그사이 제도 개선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을 늘렸고, 무차입 공매도 등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도 강화됐다. 다만 제도 개선이 얼마나 더 이뤄져야 공매도가 재개될지는 알 수 없다. 공매도를 전면 재개하자니 정치권과 개인투자자들이 무섭고, 현 상태를 유지하자니 그동안 외쳐온 ‘글로벌 스탠더드’에 민망한 상황이니 제도 개선을 핑계로 결정을 미루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금융위는 올해 3분기에도 추가 제도 개선안을 다시 내놓을 예정이다.
아쉬운 이야기도 나온다. 공매도 전면 금지는 시장에 큰 충격이 올 때 금융당국이 매뉴얼처럼 꺼내 들었던 시장 안정 대책이다. 그런데 지난번에 뽑아 들었던 칼을 칼집에 반만 넣다 보니 정말 큰 충격이 왔을 때 다시 꺼내기도 어정쩡한 입장이 됐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며 금융당국은 자본시장 선진화를 주요 국정 과제로 꼽았다. 그런데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은 제한적인 공매도 등으로 발목을 잡힌 상태다. 한 증권사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과 관련해 ‘계획만으로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제때 숙제를 하지 못한 채 언제 숙제를 할지 계획만 세우고 있는 금융당국이 참고할 만한 제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