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플레이션’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높아진 생활 물가에 이씨와 같은 극빈층의 ‘삼시 세끼’가 위협받고 있다. 지난 17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원각사 무료급식소에선 노인들이 임시 천막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급식소를 찾는 이들이 모두 극빈층은 아니지만, 노인들은 “여기에서 끼니를 전부 챙겨 먹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130번대 대기 번호표를 손에 쥐고 있던 이씨는 “하루에 한 끼나 두 끼를 챙겨 먹는데, 한 끼는 무조건 라면이나 초코파이로 먹는다”고 말했다. 그는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이런 급식소가 있는지도 모르다가 오늘 처음 찾아왔다”고 했다. 높아진 물가에 더 부담스러워진 한 끼를 해결할 대안을 찾은 것이다. 그는 “이 나이 먹도록 이렇게 된 게 내가 잘못 살아온 거 같아 창피하고 한스럽다”며 익명을 요구했다.
경기도 파주에서 온 박모(83)씨는 이날 오전 7시 전에 급식소에 도착했다. 노인 중 두 번째로 도착했다는 그는 “매일 식사를 여기서 해결한다. 여기서 먹을 때 가장 다양하게 먹을 수 있다”며 “혹시 먹지 못할까 봐 매일 아침 일찍 나선다”고 했다. 이 급식소의 점심은 250인분까지 제공된다.
무료 급식이 끝나갈 즈음인 오후 12시 30분, 원각사 무료 급식소 대기 구역 한쪽에선 실랑이가 벌어졌다. 다른 단체에서 나눠주는 도시락을 챙긴 몇몇 노인이 급식을 받기 위해 이곳을 찾으면서다. 먼저 기다리고 있던 노인들은 급식소 안내자들을 불러 “저 사람들 가방을 뒤져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급식소 관계자는 “여기선 점심을 먹고 몰래 챙긴 도시락으론 저녁을 해결하려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는 “매일 반복되는 장면”이라고 했다.
“재료비 올라 돌려보낼 때 마음 아파”
강소윤(55) 원각사 급식소 총무는 “돼지고기는 50% 이상 올랐고, 모든 야채가 거의 배 이상 뛰었다”며 “8년 동안 식사 준비를 해왔는데 이렇게 힘든 적은 처음이다. 식사 준비가 매일 전쟁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에 300인분 정도의 양을 준비하는데, 재료비가 올라 최근 50인분 정도를 줄였다”며 “준비한 음식이 다 동나 찾아온 어르신들을 돌려보낼 때 가장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