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시스템공학부 교수는 21일 한국형발사체(KSLV-2) 누리호 발사 성공의 의미를 이렇게 표현했다. 한국이 1t 이상의 인공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린 세계 7번째 국가가 됐지만 이제 시작일 뿐,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얘기다.
실제로 누리호 성공은 소련의 R-7 로켓이 1957년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지구궤도에 올려놓은 지 65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이후 미국이 58년, 프랑스는 65년 첫 우주로켓을 쏘아 올렸다. 중국과 일본은 70년, 인도도 80년에 우주발사체를 자력으로 개발했다.
이 때문에 “우주 강국들이 60여 년 전에 쏜 우주로켓을 이제 개발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나”는 일부의 비판이 있었다. 그런데도, 우주가 산업의 영역으로 접어드는 시대에 우주발사체는 늦더라도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는 게 한국 정부와 과학기술계의 입장이다.
한국이 기존 우주 강국들을 추격해 경쟁력을 갖추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이창진 교수는 “한국은 국가 우주력 구성 요소 중 발사체 독립과 위성 제작 능력을 갖췄지만, 그 외의 분야는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국제무기거래규정(ITAR)을 통한 전략물자 수출통제도 넘어서야 할 장벽이다. 현재로선 미국의 허락 없이는 상업 인공위성을 제대로 쏘아 올릴 수 없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ITAR 문제를 의제로 제시했으나, 미국 측 거부로 협의조차 할 수 없었다. 조광래 전 항우연 원장은 “우선은 자이로 등 인공위성 핵심 부품을 빨리 국산화해 우리 위성을 우리 발사체로 쏘아 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누리호 2차 발사 이후 2027년까지 4차례 더 누리호 발사가 예정돼 있지만, 이는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이라는 이름의 별개 과제다. 과기정통부는 민간기업과 공동연구를 통해 발사체 전 주기 기술력을 갖춘 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또 지난달 초 차세대발사체(KSLV-3)를 개발하는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에 들어갔다. 총예산 1조9330억원이 투입되는 차세대발사체가 개발되면 2031년 달 착륙선을 우리 발사체로 실어 보내는 첫 임무에 나선다.
차세대발사체는 엔진을 껐다 켰다 하는 것뿐 아니라, 분사되는 연료량을 조절해 추력을 40~100% 조절할 수 있다. 스페이스X의 로켓엔진처럼 재사용 로켓으로 만들기 위한 수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