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우려에 증시 연일 최저, 환율도 불안
개인·기업 위기감…국회는 3주째 공전 중
한국은 금리 인상에 미국보다 더 취약할 수 있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1분기 말 현재 1859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04.3%에 달한다. 최근 주가뿐 아니라 채권·코인도 동시에 하락하는 자산시장의 동반 약세장이 펼쳐지고 있어 무리해 빚을 내서 금융자산에 뒤늦게 투자한 이들이 망연자실해하고 있다. 다락같이 오르는 부동산 가격을 보면서 뒤늦게 주식·코인 투자에 뛰어들었던 젊은이들이 특히 속을 끓이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이 올해 내내 이어질 전망인 만큼 자산가치 폭락으로 인한 투자 손실과 함께 급증하는 이자 부담에 짓눌린 이들의 현실이 딱하기만 하다.
19개월 만에 ‘5만전자’로 추락한 국민주 삼성전자는 52주 신저가 기록을 다시 깨며 5만8000원대까지 내려앉았다. 올 들어 외국인이 8조원 넘게 팔아치운 탓에 삼성전자 주가는 25% 하락했다.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율이 6년 만에 50% 아래로 떨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어제 그룹 전자계열사 사장단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그는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며 기술 리더십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국 대표 기업이 느끼는 위기의식을 짐작할 수 있다.
위기가 오면 긴장해야 하고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가계와 기업은 위험관리에 신경 쓰고 당국은 대내외 잠재적인 위험요인에 대비해야 한다. 거시경제를 지휘하는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금처럼 수시로 의견을 교환하는 것은 “시장 상황을 잘 관리하고 있다”는 좋은 시그널을 시장 참여자에게 줄 수 있다. 추 부총리는 “한은 총재와 만나는 게 더 이상 기삿거리가 안 될 정도로 자주 만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 민생을 보듬고 이에 필요한 법률 제·개정을 해야 하는 국회는 정작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후반기 국회 원(院) 구성 협상이 공전하면서 국회 공백 사태가 3주를 넘어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출근길에 “국민이 숨이 넘어가는 상황”이라며 야당의 협조를 요청했다. 경제 위기라는 기차가 달려오는데 여야가 철교 위에서 치기어린 치킨게임만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