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는 지난 14일 강풍으로 발사대로 이송이 미뤄지면서 발사가 하루 연기됐다. 15일에는 발사대에 섰지만, 센서 오작동 문제로 다시 조립동으로 내려와야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16~19일 조립동에서 누리호 점검 작업을 진행해 20일 누리호를 전라남도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로 이송했다.
누리호는 1.5톤(t)급 실용 위성을 지구 저궤도(600~800㎞)에 보내기 위해 개발한 우주 발사체다. 지난해 1차 발사 때는 진짜 위성이 아닌 1.5t 무게의 더미 위성(위성 모사체)을 실어 쐈다. 이번에는 ‘진짜 위성’이 실린다. 무게 162.5㎏의 성능검증 위성과 큐브위성 4기다. 탑재된 위성의 전체적인 무게를 1.5t에 맞추기 위해 성능검증 위성에 1.3t의 더미 위성을 붙인 탑재체를 쏘아 올린다.
1차 발사 때 누리호는 단 분리와 페어링(위성 모사체를 덮은 뚜껑) 분리를 정상적으로 수행했다. 하지만 521초 동안 연소해야 할 3단 엔진이 475초 밖에 연소하지 못해 힘이 부족해 위성 모사체를 궤도에 올려놓는 최종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누리호 발사조사위원회는 실패 원인을 찾기 위해 총 2600개가 넘는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했다. 그 결과 3단 로켓의 산화제 탱크의 고압 헬륨 탱크 고정 장치가 풀렸고, 헬륨이 새어 나오며 3단 엔진으로 들어가야 할 산화제의 양이 감소해 3단 엔진이 빨리 연소해 버렸다는 결과를 얻었다. 고정환 항우연 발사체개발본부장은 “구조를 보강하는 새로운 설계를 거쳐 교체 및 재조립 작업을 모두 마쳤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문제가 됐던 1단 산화제 탱크 센서 등 전기 관련 점검도 마친 상태다.
1단 엔진이 추력 300t에 도달하면 고정 장치 해제 명령과 함께 누리호가 발사된다. 발사 후 127초가 지나면 고도 59㎞ 상공에서 1단이 분리돼 발사장에서 약 413㎞ 떨어진 일본 규수 앞바다에 낙하한다. 발사 후 233초가 되면 3단 로켓 끝부분 페어링이 분리되고, 274초에 도달하면 고도 258㎞에서 2단이 분리된다.
목표 상공인 700㎞에 오르면 마지막 관문이 남는다. 누리호에 실린 성능검증 위성과 위성 모사체를 차례로 분리해내는 일이다. 이륙 897초 후 성능검증 위성이, 이륙 967초에 위성 모사체가 분리된다. 이 과정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데이터를 확인하기까지 약 30분이 걸린다. 발사 42분쯤 뒤에는 남극 세종기지에서 지상국과 첫 교신이 이뤄진다.
장영순 항우연 발사체책임개발부장은 “목표궤도 700㎞에서 오차 5%인 ±35㎞ 고도 오차 내에 들면 누리호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누리호 2차 발사가 성공하면 한국은 세계에서 7번째로 자력으로 1t 이상의 실용 위성을 쏠 수 있는 국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