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우려 속 물가 인상이 이어지면서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입시를 위해서라면 가계 출혈을 감수하면서 고액 학원으로 자녀를 보내겠다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 일각에선 가계 형편이 나쁜데도 자녀 사교육에 무리하게 돈을 쓰는 ‘에듀푸어(Edu-poor)’가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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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분당구의 고등학교 3학년생 학부모 신모(49)씨는 “원래도 아이 학원비가 가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이었는데 수능이 다가오면서 부담이 더 커졌다. 식비나 다른 생활비를 줄이는 식으로라도 교육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교육계가 학부모와 수험생의 불안을 이용해 과도한 이익을 챙긴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 목동의 학원으로 재수생 자녀를 등원시키는 한 50대 학부모는 “학원에서 교재를 만들 때마다 몇십만원을 더 내라고 하는데 인상분의 근거가 없다. 생필품 비용은 아껴도 자녀 교육비는 못 아끼는 부모 마음을 볼모 삼아 횡포를 부린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학력 저하 불안에 사교육비 역대 최고치
지난해까지 학교에서 비대면 수업이 이뤄지면서 자녀의 학력 저하를 걱정하는 부모가 늘어난 것도 사교육비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서울 강남구의 한 학원 관계자는 “학교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다 보니 상담 때 전국단위 시험 성적 하락을 걱정하는 학부모가 많아졌다. 학원 자체 모의고사 응시생도 예년보다 대폭 늘었다”고 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지난 10여년 간 0교시 폐지와 시험 금지 등 공교육의 역할이 줄어들게 한 정책들 때문에 사교육 수요가 늘어났다. 사교육비를 인위적으로 줄이거나 법으로 금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고 진단했다. 이어 “공교육과 사교육이 공존할 수 있게 학교와 학원이 계약을 맺고 어려운 학생들에게 수강료 바우처를 지급하는 등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