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주담대 금리 시대 오나…2년만에 원리금 상환액 30% 늘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2.06.19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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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발 긴축 속도전에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늘고 있다. 올해 안에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연 8%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8%대 주담대는 2008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의 이자 부담이 최대 40%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4대 시중은행(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혼합형) 수준은 17일 연 4.33~7.14%으로 집계됐다. 올해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될 경우 주담대 금리가 연 8%를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연합뉴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혼합형)는 지난 17일 기준 연 4.33~7.14% 수준이다. 지난해 말(연 3.6~4.978%)과 비교하면 반년 만에 금리 상단이 2.161%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가 연 2.259%에서 4.147%로 1.818%포인트 오른 결과다. 
 
4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은 연 3.69~5.681%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연 3.71~5.07%)과 비교하면 상단이 0.611%포인트 높아졌다.

  
대출금리가 오르며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영끌족'의 금융비용도 크게 늘고 있다. 한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 2020년 6월 서울 서대문구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사며 5억7000만원의 대출을 받은 직장인 A씨의 원리금(원금+이자) 상환액은 2년 사이 17.1% 증가했다.  
 
A씨는 주담대 4억7000만원(30년 원리금 균등상환, 6개월 변동금리)을 연 2.69% 금리로, 신용대출 1억원(만기일시 상환, 금융채 6개월 연동)을 연 2.7%의 금리로 대출받았다. 지난 17일 기준 A씨의 대출금리는 주담대와 신용대출 금리가 각각 연 3.61%, 4.41%로 높아졌다. 매달 은행에 내야 하는 돈은 212만8829원에서 249만3194원으로 36만원 이상 늘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A씨의 원리금 상환액은 앞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이 현재 연 1.75%인 기준금리를 올해 연말 2.75%까지 올릴 경우, A씨의 대출금리는 주담대의 경우 연 4.61%, 신용대출은 연 5.41%까지 오를 수 있다. 월별 원리금 상환액은 282만8962원으로 최초 대출 때보다 32.8%(70만133원) 늘어난다. 연간으로는 840만원의 금융비용을 더 부담해야 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년 1분기 연 3.25%(JP모건 전망치)까지 올릴 경우 월간 상환액은 300만2309원으로 최초 대출 때보다 41%(87만3480원)나 늘어난다. 기준금리 상승분이 그대로 대출금리에 반영된 걸 전제로 한 추산이다.  
 
실제 대출금리 상승은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시중은행이 우대금리를 늘리거나 가산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금리를 조정하더라도 대출 자금 조달 비용이 계속 올라서다. 금융권은 기준금리가 올해 연말에는 연 2.75~3%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채 등 시장금리가 우선 상승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주담대 변동금리의 지표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도 오르게 된다. 코픽스는 은행 예·적금 금리 반영 비중이 가장 높은데, 시중은행은 지난달에도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예·적금 금리를 0.2~0.4%포인트가량 올렸다. 
 
게다가 금리가 오르며 정기 예·적금 등 원가가 비싼(고원가성) 예금도 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1~5월 수시입출금 예금은 3조8000억원 늘었는데, 정기예금은 36조5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정기예금은 5월에만 19조5000억원이 불었다. 예금 이자를 더 주기 위해서는 대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Fed의 금리 인상도 한국의 가계대출 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Fed가 기준금리를 1%포인트 올릴 경우 금융채 5년물 금리는 단기적으로 0.4%포인트 상승하고, 코픽스 금리는 0.2%포인트 오른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이 경우 가계대출 금리는 0.35%포인트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에서는 올해 안에 주담대 금리가 연 8%가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주담대 금리가 8%를 넘어선 건 2008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시중은행 여신 부문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1.0%포인트 이상 더 오르고 시장금리가 그만큼 반응해 움직이면,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 상단이 8%대를 넘어설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은행들은 대출자들이 받는 실제 대출금리가 연 7~8%대로는 치솟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4대 은행의 지난달 분할상환식 주담대 평균 금리는 연 3% 후반에서 4% 초반대이다. 우대금리 등을 늘리는 KB국민은행의 경우 평균 금리가 연 3.84%로 지난 4월 평균 금리(연 3.91%)보다 오히려 하락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 7%대 대출금리는 우대금리 등을 하나도 적용받지 않은 최고 금리 수준이라 실제 해당 금리로 대출이 발생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