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명령 후 '상관모욕' 기소…중령 진급 취소시킬 수 있을까

중앙일보

입력 2022.06.19 11:15

수정 2022.06.1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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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서울행정법원. 뉴스1

 
진급 인사발령 이후 상관모욕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고 장교의 진급을 취소시킨 국방부의 처분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신명희 부장판사)는 공군 장교 A씨가 “진급 예정자 명단에서 삭제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을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공군 소령으로 근무하던 중 ‘2019년도 대령 이하 장교 진급예정자 명단’에 올랐고 2019년 9월 20일에 진급 발령을 받았다.
 
하지만 진급 발령 후 5일 뒤 A씨가 상관명예훼손 및 상관모욕 혐의로 군사법원에 기소되자, 국방부는 이를 이유로 진급예정자 명단에서 삭제하는 처분과 함께 중령 진급 무효 인사명령을 냈다.


A씨는 진급하지 못하게 되자 진급예정자 명단 삭제 처분을 취소하는 소송을 냈고 “사전통지 당시 의견제출기한을 당일로 지정해 적법한 의견제출의 기회가 부여됐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으로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러자 국방부는 작년 8월에 16일 동안의 의견 제출 기한을 부여한 뒤 똑같은 이유로 A씨를 재차 진급 예정자 명단에서 삭제하고 인사명령을 취소했다. A씨는 국방부의 두 번째 조치에도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가 진급 발령을 받은 후에 기소됐기 때문에 진급예정자 명단에서 삭제할 수 있는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에서는 ‘진급 발령 전에 진급시킬 수 없는 사유로 기소됐을 경우에 진급예정자 명단에서 삭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방부는 해당 요건이 충족되지 않더라도 직권으로 진급예정자 명단 삭제처분을 할 수도 있으나, 재판부는 “공익상 필요보다 A씨가 입게 될 불이익이 크다”며 이 역시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형사사건으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으나 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현재 상고심 계류 중인 점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국방부의 처분이 유지되면 A씨는 결국 소령 계급정년으로 전역하게 될 것이라며 “사후적으로 형사사건에서 무죄확정 판결을 받더라도 구제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진급예정자 명단 공표 이후의 진급선발 취소는 실질적으로 중징계의 일종인 강등과 유사한 효과가 있는 것”이라며 “장교에 대한 징계처분은 징계위원회의 심의, 불복절차 등 엄격한 절차를 거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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