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정보공개청구 소송에서 항소를 취하하면서 문재인 정부 당시 해양경찰청 수사 기록 등 일부 자료가 공개될 예정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부실 대응 여부를 밝힐 청와대 국가안보실 보고·지시 문건 등 핵심 자료는 문 대통령 퇴임과 함께 대통령기록물로 봉인돼 현시점에서 공개가 어렵다. 유족 측은 행정소송 등 대통령기록물 봉인을 해제할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결국 법정에서 공개 여부가 다시 판가름날 전망이다.
文정부, 1심 패소에도 핵심 자료 대통령기록물로 봉인
하지만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한 달 뒤 항소했고, 문 전 대통령의 임기 만료 후 청와대가 보유했던 핵심 자료들은 대통령기록물로 15년간 사실상 ‘봉인’됐다. 유족 측은 문 전 대통령과 국가안보실을 상대로 해당 자료에 대한 대통령기록물 지정금지·정보열람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올해 1월 각하됐다. 당시는 문 전 대통령이 재임 중이라 대통령기록물 지정 처분이 현실화하지 않아 예방적인 집행정지는 허용될 수 없다는 취지였다.
해경, 정권 바뀌자 수사 결과 바꾸고 선원 진술도 공개
하지만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의 진상을 밝힐 핵심 자료는 여전히 베일에 싸인 상태다.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국방부, 해경, 해양수산부 등에서 실시간 상황을 보고받고 지시를 내렸던 자료들은 이미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이관돼 대통령실의 의지와 무관하게 공개할 수 없어서다.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묶인 국가안보실 자료는 15년 이내 보호기간 중에는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나 서울고등법원장의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이 있어야만 열람할 수 있다.
대통령실도 보도자료에서 “진실 규명을 포함해 유가족과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충분한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상황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보유한 당시 북한군 내부 통신 감청 자료도 보안상 공개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심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선 정보 공개를 허용하지 않았다.
유족 측 "지정기록물 지정 자체가 위법…추가 소송 검토"
유족 측 김기윤 변호사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은 국가안전보장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기록물을 보호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번 대통령실의 항소 취하로 국가가 그 위험성이 없다고 인정한 것"이라며 "이에 따라 앞으로 행정소송이 진행된다면 대통령 기록물 지정 행위 자체가 위법이기 때문에 공개해달라고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 측은 이와 동시에 헌법소원도 진행하고 있다. 대통령기록물법이 국가안보 관련 정보를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정해 비공개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위헌이라는 판단에서다.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린다면, 역시 정보 공개의 길이 열릴 수 있다.
한편 해경이 A씨를 총격해 살해한 북한군의 수사를 중지하고, A씨의 월북이 근거가 없다고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관련 수사는 대부분 마무리됐다.
하지만 A씨의 형 이씨가 문재인 정부 책임자들과 당시 해경의 수사 책임자 등에 대한 고발을 검토하고 있어 추가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검찰이 해당 고발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당시 국가안보실 자료가 핵심 증거라며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고 서울고법원장이 이 영장을 발부한다면 대통령기록물의 봉인이 해제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