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구강 건강을 평가하는 지표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객관적 지표로는 치아의 개수나 충치, 잇몸질환 유무 같은 것들이 있지만 이는 치과의사와 같은 전문 인력만이 파악할 수 있는 탓에 대규모 조사가 어렵다. 그래서 일반적인 보건 통계에서는 개인이 느끼는 저작 불편 호소율을 중점적으로 조사해 추이를 파악하는데, 노령층에서의 저작 불편 호소율이 급격히 변하게 된 계기가 있다. ‘노인 임플란트’ 공약을 내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이다.
단순히 지지층 챙기기라고 할 수도 있지만, 소득에 따른 건강 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영역 중 하나가 구강 건강이라는 걸 고려하면 이런 시비도 힘을 잃는다. 이가 모두 빠진 상태를 뜻하는 무치악 비율은 2020년 기준 소득 최하위군인 1분위에서는 4.1%였던 반면, 소득 최상위군인 5분위에서는 1.1%에 불과했다. 같은 노인이라도 소득 수준에 따라 치아 손실률이 4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는 얘기다. 보건 분야에서는 흔한 건강 불평등이고, 치료 비용이 큰 질환을 가난한 이들이 주로 앓는 상황을 해결해주는 건 복지의 올바른 실현이다.
이처럼 틀니는 노인들이 보수정당에 몰표를 줘 쟁취한 성과물에 가깝다. 지지층에서 복리 증진을 요구하면, 정치인은 정책으로 화답하는 건강한 구조다. 그런데 정작 노인들의 정치적 경직성을 조롱하는 이들이 노인보다 더 기이한 행태를 보이는 게 놀라울 뿐이다. 노인들은 본인을 위해 틀니라도 얻었지만, 팬덤 정치에 몰입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은 대체 누굴 위해 무엇을 얻어내려는 것일까. 어쩌면 그걸 모르는 게 진짜 패배의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박한슬 약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