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동부지법 신용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최형원)가 지난 13일 백 전 장관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범죄 혐의에 대한 대체적인 소명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나, 일부 혐의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윗선' 수사 동력 약화 불가피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은 2019년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 수사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똑 닮은 당시 사건을 수사한 동부지검은 2019년 3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이를 기각했다. 그러면서 수사에 차질이 생겼고, 결국 검찰 수사는 끝내 청와대 윗선으로 뻗쳐나가지 못했다. 지난 1월 김 전 장관(징역 2년)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징역 1년, 집행유예 3년)에 대한 실형을 최종 확정받는 데에 만족해야 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과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은 그 얼개가 서로 유사하다. 청와대 인사수석실 인사와 장관이 교감하면서 산하 공공기관장을 교체했다는 점, 이미 내정된 특정 인사에게 면접 질문을 사전에 유출했다는 점 등의 혐의가 겹친다. 검찰도 지난 3월 산업부의 원전 관련 부서를 압수수색하면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받아 볼 필요가 있었다"고 내심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날 백 전 장관 구속영장 기각으로 검찰의 청와대 윗선 수사는 난관에 봉착했다. 당시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면서 전 정권에서 임명됐던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장 가운데 사퇴 대상자 관련 자료를 산업부 담당 과장에게 넘긴 등의 혐의 등을 받는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당시 인사수석비서관으로서 이 모든 결재 과정에 있었던 조현옥 주독일 대사 등 청와대 인사들에 대한 수사도 동력을 받기 어려워졌다.
조 대사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사 신분으로 독일에 있는 지금은 2019년 당시보다 수사 환경이 더욱 악화했다. 현직인 조 대사를 검찰 조사를 이유로 본국으로 소환하기는 외교적 파장을 고려할 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독 대사를 교체한 뒤 귀임한 조 대사를 조사하는 게 자연스러운 수순이지만 후임 대사가 '아그레망(주재국 부임 동의)'을 받는데 몇 달이 소요돼 수사 지연은 불 보듯 뻔하다. 그렇다고 현직 대사를 강제로 송환하는 부담을 감수할 만큼 혐의를 입증할 단서나 명분이 뚜렷한 상황도 아니다.
타 부처 블랙리스트 수사도 차질
검찰 내부에선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에서의 청와대 윗선을 향한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재경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윗선으로 향한 수사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면 사건을 굳이 다른 청으로 이송하겠나"라며 애당초 동부지검이 중앙지검으로 일부 사건을 이송한 이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앙지검에 배당된 사건과 동부지검이 수사하고 있는 사건은 전혀 다른 사건(대검 간부)"이라며 각 사건의 수사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