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홧김에” 파출소 걸어 잠그고 불 지르려 한 50대 구속
부산 파출소 방화시도 50대 구속…사흘 새 부산서만 방화ㆍ방화시도 3건
대구 화재 참사 이후 꼬리 무는 방화·방화 시도
지난 9일 대구 수성구 변호사사무실에서 발생해 7명의 목숨을 앗아간 방화 참사도 이 같은 ‘분노 범죄’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연이은 소송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던 천모(53·사망)씨가 직전 소송 2건에서 잇달아 패소한 뒤 상대방 측을 변론한 변호사 사무실을 표적 삼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천씨가 흉기난동을 벌인 흔적도 확인됐다.
대구 방화사건 이후로도 비슷한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대교파출소 방화 시도 이튿날인 지난 13일 오후 11시에는 부산 금정구 부산외대 기숙사 화장실에서 불이 나 기숙사에 머물던 학생 등 900여명이 대피했다. 현장에서 종이뭉치와 라이터 등 불을 지른 흔적을 확인한 경찰은 재학생인 20대 남성을 체포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5시간 뒤인 14일 오전 3시40분에는 부산 중구 남포동에 있는 상가 건물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건물 2층 창고에 이어 지하에 있는 콜라텍에서 불이 나 17명이 대피했다. 경찰이 용의자로 지목한 건 불이 난 콜라텍을 운영하는 70대 남성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시너와 라이터 토치가 발견됐다. 해당 남성이 2층 창고와 지하 콜라텍에 들른 후 불이 난 점으로 미뤄 방화 혐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 “분노 사회 징후” 우려, 해결책 없나
이 교수는 “최근 3년간 한국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코로나19와 경기 침체에 따른 우울감, 좌절감에 시달려왔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주 사소한 범칙금부터 중요 재판에서의 패소 등 요인이 쌓여있는 분노를 촉발시키는 방아쇠로 작용할 수 있다”며 “대부분 시민에게 오랜 기간 쌓여온 분노여서 맞춤형 대책을 세우기도 어려운 문제”라고 진단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이런 유형의 화재 사건은 사회적으로 주목받은 이후 모방 범죄가 뒤따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문제는 즉각적인 대비책을 세우기 쉽지 않다는 점”이라며 “가령 스프링클러는 효과적인 조기 진화 수단이지만, 이미 지어진 건물에는 설치가 까다롭고, 기간도 오래 걸리는 수단”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들 사건이 파출소, 대학 등 주로 공공기관에서 발생한 점에 주목했다. 공 교수는 “부산 대교파출소 방화 시도의 경우를 보면 훈련된 경찰관이 즉각 수상함 낌새를 채 대응해 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것”이라며 “공공기관 소방훈련 때 방화 가능성에 대한 대비나 실제 방화가 일어났을 경우를 상정한 행동 지침 등을 보완하면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