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 구본길(33·국민체육진흥공단), 김준호(28·화성시청), 오상욱(26·대전시청)으로 구성된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팀이다. 2017년 세계선수권 단체전에서 한국 남자 사브르 사상 처음 우승한 이후 한 번도 정상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1년 전 도쿄올림픽에서도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김정환은 ‘어펜져스’의 정신적 지주로 통한다. 2018년 한 차례 은퇴했지만, 도쿄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현역으로 복귀했다. 그는 당초 올해 9월로 예정됐던 항저우 아시안게임 뒤 거취를 고민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여파로 아시안게임이 연기됐고, 결국 좀 더 먼 미래를 내다보게 됐다. 그는 “내가 목표로 삼은 큰 대회가 자꾸 연기되는 것 같다. 다음 아시안게임에서 몸 상태를 본 뒤 파리까지 도전하고 싶은 게 내 목표”라고 말했다.
아시아에는 이들의 적수가 없다. 이번 아시아선수권에서도 개인전 1~3위를 석권했다. 구본길이 1위, 김정환이 2위, 오상욱이 3위다. 13일 단체전 결승에서도 일본에 45-33으로 완승했다. ‘2관왕’ 구본길은 “내가 개인전에서 다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 컸는데, 좋은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고 경기한 덕을 본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존경하는 정환이 형이 있어서 내가 이 자리까지 올라온 것 같다. 도쿄올림픽 후 내가 ‘형을 파리까지 끌고 가겠다’고 했는데, 이제 정환이 형이 나를 파리로 끌고 갈 것 같다”며 웃었다.
‘어펜져스’는 다음 달 이집트 세계선수권에서 단체전 4연패에 도전한다. 김정환은 “올림픽 금메달 팀이 아시아선수권에서 우승을 못 하면 안 된다는 압박감이 컸는데, 결과가 좋아 기쁘다. 이집트에서도 정상에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막내 에이스’ 오상욱은 “이번 대회는 예선부터 긴장해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남았다. 세계선수권에서는 마인드 컨트롤을 잘하는 게 숙제”라며 선전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