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사이 95원 하락
장 초반 원화값은 달러당 1292원 선도 뚫었다. 장중 저점 기준으로는 2020년 3월 19일(장중 저점 1296원)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이후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에 하락 폭은 줄었다.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날 긴급 시장 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국내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할 때 시장 안정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원화값 하락은 20년여 만에 몸값이 최고로 치솟은 ‘수퍼 달러’ 영향이 크다. 13일(현지시간) 유로화와 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1973년=100)는 105.13을 기록했다. 2002년 12월 11일(105.35) 이후 가장 높다.
자이언트 스텝 우려에 ‘수퍼 달러’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ed가 이번에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확률은 14일 기준 94.6%에 이른다. 0.5%포인트 인상 전망이 96%를 넘어섰던 일주일 전(6월 7일)과는 시장의 전망이 뒤바뀐 것이다.
짙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안전자산인 미국 달러의 몸값이 뛰는 이유다. 국제 유가 등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Fed가 긴축 가속 페달을 세게 밟았다간 물가도 잡지 못한 체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안전 자산으로 대피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이미 미국 월가에선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제임스 고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그동안 경기 침체 위험을 30%로 추정했으나 현재 50%에 가까워진 거 같다”고 말했다. 앞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도 “미국 경제에 허리케인이 닥칠 수 있으니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1300원 돌파는 시간 문제"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Fed가 이번 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에 나설 것이란 (시장의) 전망에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달러 가치가 오르고 있다”며 “원화값은 달러 강세로 인해 당분간 달러당 1300선을 위협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미국 실물경제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연말까지 달러 강세가 이어질 수 있다”며 “달러값이 1300원을 뚫는 건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