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노량진에서 만난 임용고시생 전민근(23)씨가 최근 급격히 오른 물가에 “고민이 많아졌다”면서 한 말이다. 전씨는 “싼값에 자주 갔던 노량진 근처 식당들도 최근 다 가격을 올렸다”고 했다. 그는 “꼭 필요한 식사 외에는 다른 소비를 하지 않는 데도 벅차다”고 ‘벅차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수험 기간 1년을 목표로 1000만원을 들고 상경했다는 그는 “집안 사정이 어려워 집에 손을 안 벌리기 위해 돈을 모아 왔는데, 계획을 다시 짜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저가거리’도 옛말…“식비 부담스럽다”
하루에 2시간씩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수험생 손권호(28)씨는 “엥겔지수(가계지출 중 식료품비 비율)가 100이다”며 “그렇다고 공부시간을 포기하면서 아르바이트 시간을 더 늘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 힘들다”고 했다. 그는 “몇 달 전부터 식비를 줄이기 위해 음식을 직접 해 먹고 있는데, 이젠 식재료비도 많이 올라 장보기가 무섭다”고 했다.
공부시간·취미활동도 ‘포기’하는 공시생
전민근씨는 “한 달에 식비만 해도 50만원 가까이 되다 보니 다른 군것질을 아예 줄였다”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마시던 딸기라떼는 한 달에 한 번으로 줄였고, 유일한 취미였던 ‘혼맥(혼자 맥주 마시기)’은 거의 포기했다”고 했다. 그는 “최근 버스 대신 따릉이 6개월 치를 끊었다”며 “시간이 조금 더 걸리고, 날씨도 더워지지만, 한 달에 교통비 7만~8만원을 줄일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이수본(26)씨도 “하루에 평균 식비 1만5000원을 넘지 않기 위해 두 끼만 챙겨 먹는다”며 “그래도 예산을 넘을 때가 많아 옛날에는 쳐다보지 않던 고시원에서 제공하는 밥과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울 때도 있다”고 했다.
“올릴 수도, 안 올릴 수도 없는 상황”
노량진에서 20년이 넘게 컵밥 장사를 하는 60대 이모씨는 최근 약 5년 만에 모든 메뉴의 가격을 500원씩 올렸다. 그는 “장사를 시작하고 이렇게 가격이 폭등한 건 처음”이라며 “작년까지만 해도 한근에 만원이 되지 않던 고기는 2만3000원이고, 1.8ℓ 식용유는 2만8000원에서 6만원으로 올랐다”고 했다. 이씨는 “하지만 공부하는 학생들의 사정을 뻔히 알고 있어 가격 인상을 정말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노량진 학원 거리에서 고시식당을 운영하는 A씨도 “식재료의 가격이 ‘올랐다’는 수준이 아니라 거의 다 2배가 됐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1000원 올린다고 해결되는 수준이 아니라 가격 인상이 쉽지 않다”며 “인근 고시 식당의 가격이 대부분 같은데, 한군데만 올릴 수 있나. 그렇다고 다 같이 올리자고 하는 것도 안 된다”고 한숨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