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오큘러스를 일찌감치 인수해서 AR·VR(가상현실) 헤드셋 시장의 퍼스트 무버가 된 메타는 어떨까. 메타버스로 가는 길을 선도하겠다고 기업의 이름까지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바꿨지만 가는 길은 순탄하지 않다. 최근 메타는 내년에 AR 고글을 출시하려던 계획을 미루고 우선 VR 헤드셋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메타버스 실현의 핵심처럼 꼽히던 새로운 플랫폼인 ‘포털(Portal)’을 일반 소비자용이 아닌 기업용으로 바꾸겠다고 한다. 구글이 2014년 구글 글라스를 대대적으로 발표했다가 흥행에 실패하고 기업용으로 전환했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실리콘밸리의 빅테크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소비자들 눈치를 보면서 출시를 결정한다. 기업의 덩치가 커질수록 흥행 실패의 충격도 증폭되기 때문에 더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다. 메타버스를 대대적으로 선언한 주커버그의 결정이 성급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메타가 더는 스타트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