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이후 8년만…대법 "적자 누적 없어도 넥스틸 정리해고 정당"

중앙일보

입력 2022.06.13 21:43

수정 2022.06.13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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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경. 뉴스1

기업이 지속해서 적자를 내지 않았더라도 경영상 위기를 이유로 근로자들을 정리해고한 것은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이 ‘긴박한 경영상 필요’에 따른 정리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한 건 2014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건 이후 8년 만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중견 철강업체 넥스틸이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넥스틸은 2015년 경영환경이 급격히 악화하자 회계법인에 경영상태 진단을 의뢰했다. 회계법인은 2015년부터 매출액과 영업손익 급감, 자금 수지 악화, 미국의 유정관 반덤핑 관세 부과 등이 예상돼 생산 인력을 248명에서 65명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183명을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해 4월 회사는 노동조합 측 입장을 반영해 생산직 150명가량의 구조조정과 임원·사무직 급여 50% 절감 등의 계획을 발표했다. 그 결과 임원 6명, 사무직 1명, 생산직 137명이 희망퇴직했다.

넥스틸은 두 번째 경영진단에서도 생산직 감축이 더 필요하다는 결과를 받고 노조에 여러 차례 정리해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노조는 이미 상당수 사원이 희망퇴직했으니 사측이 해고를 회피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맞섰다. 사측은 넉 달 뒤 정리해고 추진 일정을 공지하면서 노조 설립에 관여한 A씨 등 3명을 해고했다.


이에 A씨 등은 ‘부당해고’라며 지방노동위원회 구제를 신청했고 이는 받아들여졌다. 사측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기각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법정에선 넥스틸의 정리해고가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의 요건 중 하나인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의한 조치였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과 2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넥스틸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영업이익이 급감해 경영상 위기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넥스틸의 현금 흐름이나 부동산 보유 상황 등을 볼 때 137명의 희망퇴직 이후 3명을 해고할 만큼의 경영 위기는 아니었다며 판단을 뒤집었다. 특히 2심 재판부는 “이 회사가 단체협약상 경영상 위기로 규정하고 있는 ‘지속적 적자 누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2심의 판단을 다시 뒤집고 넥스틸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넥스틸의 주력 상품인 유정관과 송유관의 수요 급감 ▶미국의 반덤핑 관세 부과로 인한 비용상승와 그에 따른 유정관 판매 수익성 악화 ▶전년 대비 선적 기준 매출액·영업이익 급감 등을 이유로 급격한 영업의 침체와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반드시 적자 누적이 있어야만 정리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되는 건 아니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단체협약에 따르면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는 사업의 축소, 지속적인 적자 누적 등의 중대한 사유에 의해 할 수 있다”며 “이는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있는 사유를 예시한 것으로 보이므로 반드시 지속적인 적자 누적 등이 있어야만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정리해고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사건별로 달랐다. 2020년 대법원은 한화투자증권 정리해고 사건에 대해 “사측이 일부 부서에는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며 근로자 손을 들어줬다. 2014년 대법원은 쌍용차 측의 회계 조작 정황까지 드러났지만, 긴급한 경영상 필요성을 인정하며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