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2.26% 오른 배럴당 122.1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도 전날보다 2.5% 오른 배럴당 123.58달러를 기록했다. WTI와 브렌트유 모두 지난 3월 8일 이후 최고치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국 정유 가공률이 94%에 달하는데 휘발유 재고가 감소했다는 건 수요가 굉장히 강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문제는 다가오는 ‘에너지 성수기’다. 자동차 운행이 느는 미국 드라이빙 시즌(5월 말 메모리얼 데이~9월 노동절 연휴)에 접어든 데다, 중동 등의 냉방용 석유 수요도 급증하기 때문이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 연구원은 “최소 8월 말까지는 높은 수준의 유가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완화도 원유 수요 증가 요인이다. 조반니 스타우노보 UBS 분석가는 “중국이 코로나19 규제를 완화하면 올여름 석유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유가가 더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 산유국 아랍에미리트(UAE)의 수하일 마즈루아이 에너지부 장관은 9일 요르단 콘퍼런스에 참석해 “중국 봉쇄가 완전히 풀리지 않아 유가가 정점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가 7~8월 하루 64만8000배럴 증산에 합의했지만,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마즈루아이 장관은 “현재 수요를 고려하면 하루 260만 배럴이 추가 공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도 지난 7일 올해 여름 브렌트유가 배럴당 140달러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심수빈 연구원은 “대부분 기관이 배럴당 140달러 이상을 예상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달 1일부터 정부가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20%→30%)하고 유가보조금 지급을 늘리고 있지만, 현장에서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 유가가 유류세 인하 폭보다 더 크게 뛴 탓이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9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L당 2047.19원, 경유는 L당 2042.99원이다. 유류세 인하율 확대 시행 직전인 지난 4월 마지막 주보다 휘발유는 L당 79원, 경유는 L당 135원이 더 올랐다.
일단 정부는 유류세 인하 조치를 3개월 단위로 계속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추가 연장이 불가피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탄력세율을 동원해 현재 30%인 유류세 인하 폭을 37%까지 늘리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현재 높은 세율로 설정된 유류세 기본세율(L당 820원)을 일반 세율인 법정세율(L당 736원)로 돌리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휘발유 가격은 현재보다 L당 57원, 경유 가격은 L당 41원 더 내리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국제 유가가 더 오르면 효과가 반감될 수 있고, 정부의 추가 정책 여력이 소진되는 부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