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유시민, 허위 알고도 한동훈 공격" 유죄…유 "한 사과해야"

중앙일보

입력 2022.06.09 18:43

수정 2022.06.09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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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자신에 대한 부당한 수사를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 정철민 부장판사는 9일 라디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유 전 이사장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4월 결심공판에서 징역 1년을 구형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여론 왜곡 죄질 나쁘지만, 의심할 만한 사정도 인정돼”

재판부는 “여론 형성에 상당한 기여를 할 수밖에 없는 피고인의 허위 사실 보도는 여론 형성 과정을 심하게 왜곡시킬 수 있어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피고인도 당시 언론 보도나 녹취록 등을 통해 뒷조사를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었고, 잘못을 인정하는 사과문을 게시했으며, 피해자(한 장관)가 이 사건 이후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해 검사로서의 명예를 어느 정도 회복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했다”고 유죄와 벌금형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재판의 쟁점은 유 전 이사장의 발언이 허위 사실이었는지, 또 발언 당시 허위의 인식이 있었는지 아닌지였다. 유 전 이사장은 2019년 유튜브 ‘알릴레오’를 통해 “검찰이 노무현재단의 계좌를 들여다봤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검찰의 불법 사찰 의혹을 제기했다. 2020년 4월과 7월에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저는 그게 다 윤석열 사단에서 한 일이라 봐요” “한동훈 검사가 있던 반부패강력부 쪽에서 봤을 가능성이 높다”는 발언을 했다.
 
재판부는 “발언이 허위사실인 것은 피고인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 증언 등에 비춰봐도 명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2019년 검찰이 유 전 이사장의 뒤를 캐기 위해 계좌를 뒤졌다고 단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며 오해 발언에 별다른 근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5~6개월 뒤에 통보될 금융기관의 통지를 보면 계좌 추적 여부를 쉽게 알 수 있었고, 검찰의 수차례 해명에도 불구하고 2020년 7월의 발언을 한 것은 국가 기관에 대한 감시나 비판의 정도를 벗어나 피해자에 대한 경솔한 공격이라 보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한동훈, 부끄러운 마음 있어야…항소할 것”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9일 오후 경기 과천시 법무부청사로 들어서며 촉법소년 연령 기준 하향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유 전 이사장은 1심 선고 직후 “항소해서 무죄를 다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녹취록을 보면, (한동훈 장관이) 이동재 기자와 함께 저를 해코지하려고 했다고 생각한다”며 “기자가 그런 이야기를 하면 ‘그렇게 하면 안 돼요’라고 말해주는 것이 공직자의 기본이라고 저는 생각한다”고 했다. 유 전 이사장은 이날 법정에 들어가면서 “한동훈씨가 저한테 사과를 먼저 해야 한다”라고도 했다.


유 전 이사장은 무수오지심 비인야(無羞惡之心 非人也·잘못을 저지르고 부끄러운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라는 맹자(孟子) 구절을 인용해 “저도 그렇고 한동훈씨도 그렇고 오류를 저질렀을 땐 좀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다운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한 장관은 이날 오후 법무부 과천 청사에서 유 전 이사장의 ‘사과 요구’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장관으로서 이 자리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제 개인 소송 문제를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