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깎고 '충성'…황희찬, 이집트전은 훈련소 TV로 본다

중앙일보

입력 2022.06.09 15:11

수정 2022.06.09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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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짧게 자르고 경례하는 황희찬. [사진 황희찬]

"건강하게 훈련 잘 마치고 돌아오겠습니다. 훈련소에서 축구대표팀 동료들을 응원하겠습니다." 
 
한국 축구대표팀 공격수 황희찬(26울버햄프턴)이 기초군사훈련(3주)을 받기 위해 9일 논산 육군훈련소에 입소했다. 황희찬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금메달을 획득해 병역 혜택을 받았다. 그는 숙적 일본과의 대회 결승전(2-1승) 연장전에서 천금 같은 결승골을 터뜨렸다. 
 

훈련소 입구에서 가족에게 경례하는 황희찬(가운데). 피주영 기자

황희찬 입소 전날 머리를 짧게 깎았다. 머리를 깎는 내내 밝게 웃었다고 한다. 이날 황희찬은 흰색 모자에 티셔츠, 반바지 차림이었다. 헤어 스타일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입소 전 인터뷰에서 "오랜만에 머리를 밀어서 어색하다. 입소가 실감난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대표팀 일정을 다 채우지 못하고 소집 해제돼 아쉽다. 건강하게 훈련 잘 받고 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의 6월 A매치 4연전 엔트리에 뽑힌 황희찬은 군사훈련 일정 때문에 지난 2일 브라질전(1-5패)과 지난 6일 칠레전(2-0승)만 뛰었다. 10일 파라과이전과 14일 이집트전은 훈련소에서 훈련병 동기들과 TV로 본다. 


칠레전에서 대포알 같은 슈팅으로 골망을 흔든 황희찬. [연합뉴스]

 
대신 브라질·칠레전에서 펄펄 날며 아쉬움을 덜었다. 그는 세계 1위 브라질을 상대로 어시스트를 올렸고, 칠레전에선 대포알 같은 슈팅으로 선제 결승골을 뽑아냈다.
 
황희찬은 훈련소 선배인 손흥민에게 조언을 받았다. 황희찬과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함께 일군 손흥민은 이미 2020년 해병 9여단 제주 훈련소에 입소해 기초군사훈련을 마쳤다. 훈련병 157명 중 수료 성적이 가장 우수해 '필승상(성적 우수 1~5위)'을 받았다. 황희찬은 "대표팀에서 흥민이 형이 훈련 관련 조언을 많이 해줬다. '몸이 가장 중요하니, 안 다치고 훈련 잘 받으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손흥민(왼쪽)은 황희찬에게 "건강하게 돌아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그는 이어 "다른 대표팀 동료들에게 경례 하는 법도 배웠는데, 훈련소에서 제대로 배워야 할 것 같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잘 적응해 훈련 잘 받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훈련소에는 황희찬의 가족·친지·관계자 등 10여 명이 찾았다. 황희찬은 다정한 표정으로 일일이 포옹하며 작별 인사를 나눴다. 
 

퇴소 후 EPL 두 번째 시즌 준비에 돌입하는 황희찬. [AFP=연합뉴스]

 
벤투호 미드필더 황인범(26·서울)은 이제 막 훈련병이 되는 동갑내기 황희찬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황인범은 2018시즌을 앞두고 당시 경찰 팀이던 아산 무궁화에 입단했다. 군복무 중에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 9월 제대했다. 황인범은 같은 날 "희찬이도 군대 가면 똑같은 훈련병 중 하나"라면서 "희찬이가 축구 선수로서 단체 생활을 잘해본 만큼, 적응 잘 것으로 믿는다. 가서 시키는 것만 잘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희찬이가 남은 2경기를 못 뛰게 돼 많이 아쉬워했는데, 남은 동료들이 희찬이 몫까지 원 없이 실력을 펼쳐 보여야 한다"면서 "그게 팀 동료에 대한 예의다. 희찬이도 군 생활 잘하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황희찬은 퇴소 후 영국으로 출국해 소속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황희찬은 지난해 8월 독일 분데스리가 라이프치히에서 울버햄튼으로 임대 이적했다. 울버햄튼은 이미 2021~22시즌 리그 3경기를 치른 상태였다. 도중에 합류한 황희찬에겐 적응기가 필요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는 예상을 뒤엎고 맹활약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데뷔전이었던 4라운드 왓퍼드전에서 데뷔골을 넣은 그는 7라운드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렸다. 
 
9라운드 리즈 유나이티드전에서도 득점하는 등 EPL 입성 후 6경기에서 4골을 몰아쳤다. 별명처럼 '황소' 같은 저돌적인 드리블 돌파로 상대 수비를 허물었다. 황희찬이 예상보다 빠르게 팀에 녹아들자, 울버햄튼은 완전 영입을 추진했다. 올해 1월 울버햄튼으로 완전 이적하며 2026년까지 계약했다. 최종 성적은 5골 1도움으로 EPL 데뷔 시즌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