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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검찰총장 없는 검찰공화국

중앙일보

입력 2022.06.08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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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식 사회1팀장

윤석열 대통령의 사적(私的) 인사 스타일 때문에 ‘검찰공화국’이란 용어가 또다시 회자하고 있다. 여론은 아랑곳없이 특유의 밀어붙이기로 검찰 시절 측근들을 대통령실과 정부 요직에 중용하면서다. 총장 시절 대검 부장단 가운데 한동훈 법무부 장관, 조상준 국가정보원 기조실장, 이원석 대검 차장검사(총장직무대행) 등 3명을 장·차관급으로 발탁했다. 당시 복두규 대검 사무국장, 윤재순 운영지원과장, 강의구 총장 비서관은 각각 정부 인사를 총괄하는 대통령실 인사기획관, 대통령실 살림을 맡는 총무비서관, 대통령 부부를 보좌하는 부속실장을 맡겼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정부세종청사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국무위원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사단’을 차장·부장검사급까지 넓히면 대통령실 주진우 법률비서관, 이원모 인사비서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에 이완규 법제처장도 들어간다. 이들도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동창과 개인 변호인, 귀향처였던 대구고검에서 밥을 함께 먹은 ‘밥 총무’까지 개인적 인연이 차고 넘친다. 이러니 윤 대통령 인사를 놓고 ‘아가패’(아는 사람, 가까운 사람, 패밀리) 인사란 비아냥이 나온다. 그나마 명단에서 검사 출신 여당 다선 정치인인 권영세 통일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박민식 보훈처장을 빼준 거다.
 
여기에 더해 ‘경제 검찰’ ‘금융 검찰’ 수장도 검사 출신을 임명해 ‘삼위일체’를 이루고 검찰공화국을 완성할 것이란 예고도 나왔다. 금융감독원장에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장이 임명됐고, 공정거래위원장에 강수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거론되는 걸 두고서다. 강 교수는 18년 전 검찰을 떠나 공정위에서 송무담당관과 비상근 조정위원을 역임했지만 1997년 성남지청 검사 시절 이노공 법무부 차관과 함께 윤 대통령을 ‘카풀’한 인연이 먼저 부각됐다. 대통령과 연이 공직 인사를 좌우하면 그래서 뽑힌 공직자는 국민에 충성하는 법을 잊지 않을까.
 
여기에 검찰공화국에 역행하는 이상한 인사도 있다. 검찰총장을 한 달 넘게 비워둔 것이다. 국민 천거·추천·제청 및 국회 청문회 절차에 두 달가량 걸리는데 여태 총장추천위원회조차 꾸리지 않고 느긋하다. 총장 임명은 빨라야 8월, 늦으면 9월에나 할 것이란 말까지 돈다. 정부 출범일을 기준으로 역대 최장기 총장 공백 사태다.  


검찰총장 출신 첫 대통령이 정작 총장 자리를 비워두는 건 검찰에 대한 자신감 때문인가, 한동훈 장관에 대한 신임 때문인가. 권한 집중은 민주주의를 병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