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국민투표 개헌안 통과…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 권한 축소

중앙일보

입력 2022.06.0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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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에서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초대 대통령이자 독재자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82) 전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개헌안이 통과됐다.
 
 

5일 카자흐스탄 누르술탄의 투표서에서 전통의상을 입은 여성이 투표권을 행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국민투표 개표 결과 개헌안에 대한 찬성률이 77%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카자흐스탄에서 국민투표가 치러진 것은 27년 만이다.
 
이번 국민투표의 투표율은 68%로 집계됐고, 전국 투표소 1만여 곳에서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순조롭게 진행됐다.
 
개헌안의 통과로 대통령 퇴임 후에도 권력을 행사해온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이 상당 부분 박탈됐다. 개헌안엔 전·현직 대통령이 집권당의 직위를 겸직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직 대통령이 재임 기간 정당에 가입할 수 없고, 대통령의 친인척은 고위공직을 맡을 수 없게 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헌법재판소를 신설하고 정당 설립 요건을 완화하고 사형을 금지하는 내용도 있다.
 
이번 개헌은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후임자인 카심-조마르트토카예프 현 대통령이 주도했다.  
 
1991년부터 2019년까지 28년간 대통령직을 '독점'한 나자르바예프는 퇴임 후에도 헌법상 '엘바스'(국부), '국가 지도자'의 지위를 갖고 국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아울러 나자르바예프의 친인척들은 정·재계 요직을 차지해왔다. 
 
이날 개헌안의 통과로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헌법적 지위는 사라졌다. 그는 지난 1월 카자흐스탄 유혈시위 직후 국가안보회의와 민족총회 종신 의장직을 박탈당한 상태였다. 
 
카자흐스탄에선 지난 1월 연료 가격 급등의 여파로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고 유혈 진압 과정에서 약 230명이 사망했다. 시위를 계기로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토카예프 대통령은 개혁 추진을 공언하는 한편 개헌 여부를 의회가 아니라 국민에게 직접 묻겠다고 밝혔다.